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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영준 동기의 문화일보 포럼 관련기사 (전영옥)
금년초 조선일보에서 사회부장, 국제부장, 주간조선 편집장 등을 역임하다가 퇴사하여
지금은 종로구청 부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준미디어 대표로서 국민대 등에 출강하고
프리랜서로 책 저술과 각종 신문사에 기고하고 있는데 엊그제(9.23)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
실렸기에 올려 봅니다. 요즈음 우리 정치의 실상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67회 동기들의 모임인 광화문포럼의 초대회장이기도 합니다.

<포럼>
정반대로 가는 韓·日 두 정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끄는 제3차 내각이 21일 출범했다. 고이즈미 총리를 보면 일본이 보인다. 국제적으로는 친미, 국내적으로는 신(新) 보수우익 깃발을 휘날리면서 작고 강한 정부, 경제 회생을 위해 줄달음질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에서 빛바랜 ‘제국주의’를 공격하고,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에서 ‘지역주의 타파와 연정(聯政)’을 주장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공무원 수는 수만 명이나 늘렸다. 냉전이 끝났다면서 수백조 원의 국방개혁안을 내놓는다. 생뚱맞다. 모든 게 피상적이고 불명확스럽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이즈미 총리와 노 대통령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단짝이 돼 확실한 친미노선을 걷고 있다. 과거 일본은 어정쩡한 자세로 손해를 많이 봤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서도 미국으로부터 찬밥신세를 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이즈미 총리가 친미니 국민들도 친미가 됐다. 지난 4월 요미우리(讀賣) 신문 조사에서 ‘전후 일본 발전의 공로자’를 묻는 항목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10위에 올랐다.

노 대통령의 대미정책은 어정쩡하다. 본인들은 별일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미 관계가 과거보다 훨씬 후퇴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이라크에 미·영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서도 별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그래서 그런지 국민들도 반미로 변했다. 작년 국내 여론조사에서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미국이 1위로 꼽혔다. 최근 난데없는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비도 그 연장선상이다.

두 사람이 개혁을 외치는 점은 똑같다. 그러나 방향과 방식이 다르다. 아니 정반대다. 우정(郵政)민영화 개혁 추진에서 보듯이 고이즈미 총리는 “관(官)에서 민(民)으로”란 구호를 외치며 공무원 수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한다. 노 대통령은 이름뿐인 개혁을 추진한다. 철도·전력 민영화 개혁을 백지화하고 공무원 수는 늘리며 각종 규제는 더 강화하고 있다. 2012년까지 수도권내 대기업의 공장 신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최근 방침도 한 예다.

고이즈미 총리는 민심을 결집해 우경화로 나간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그들의 가슴 속 애국심에 불을 지른다. 반면 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 친미와 반미, 강남과 비강남, 서울대와 비서울대,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등 편가르기를 통해 민심을 분열시킨다. 노정권 아래에서 힘을 얻은 반미·좌파 세력은 ‘맥아더 동상 철거’란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잘못된 역사’란 등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 든다.

두 지도자의 성취에 대한 평가도 정반대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중의원 총선거에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두고 의기양양하다.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하다. 외국으로 떠났던 일본 기업들이 20년 만에 다시 돌아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인기는 추락을 거듭, 집권 후 최저인 20%선에 머무르고 있다. 움츠리고 불만섞인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짐을 꾸려 외국으로 외국으로 계속 나갔다.

그러나 한국의 현상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국민의 시퍼런 눈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은 곧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이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소수 좌파 운동가들이 벌이는 사회 소란행위가 옳지 않다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결론은 자명하다. 소란한 가운데 이 나라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은 국민 다수의 엄정한 시선과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의 최종 감시자(gate-keeper)는 국민들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인터넷 댓글도 열심히 보내고, 신문사나 방송사에 투고나 전화를 통해, 때로는 단체행동을 통해 호불호를 명백히 밝힐 때, 이 정권의 잘못된 ‘개혁’은 제어될 수 있다.

함영준 / 준미디어 대표


기사 게재 일자 200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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