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개골탐승기 (백운학)
오늘은 미루고 미루었던 밀린 숙제를 해서 기국이 한테 검사를 맡아야 머리가 개운할 것 같다. 지난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무박 3일일정으로 금강산을 다녀온 이야기를 말이다.


조직강화 프로그램이라는 마뜩치 않은 상황이 떨어져 오십이 넘은 나이에 밤 열차를 타고 차안에서 잠을 자야하는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정에 등 떠밀려 간다는 것이 좀 뭣하긴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 이었다. 그건 근30년 전 막 훈련 마치고 자대로 전입해온 쫄따구인 나도 7월의 뙤약볕에서 정해진 오침 시간도 반납하고 ROTC 출신 소대장이 축구를 하러 가야한다고 성화를 대니 짜증이 나려는 판에 고참들은 죽을 맛이었지. 그것도 잠시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의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고 난 뒤의 후련함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군생활의 아련한 추억까지 머리를 쏘옥 내밀고 있어 더 좋았더랬지.


새벽녘 동해역에 도착한 일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고성에 있는 금강산콘도에 들러 때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 전에 최북단까지 갈 수 있었던 통일전망대 지역의 남측CIQ(customs, immigration and quarantine 세관출입국관리검역소)에서 간단한 수속을 밟은 뒤에 군사분계선을 지난 버스는 북측 비무장지대를 들어서자 하관이 빠지고 눈초리가 매서운 러시아 군복차림의 경무관(우리로 말하면 헌병 장교)이 탑승하여 버스통로를 걸어오다 말고 바로 돌아서 앞쪽으로 가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검문을 하는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이콧을 놓은 것이다. 잠을 설친 일행 중에는 눈을 감고 있으며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관광가이드에게 일침을 놓는다.


그제야 새우젓 독에서 막나온 듯한 눈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인원수를 점검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표정한 사무적인 얼굴로 검문에 협조해주어 고맙다는 말이나 헌병들이 하는 거수경례 같은 것 없이 하차해버린다. 그리고는 일렬종대로 거위걸음걸이(goose step:다리를 곧게 뻗는 걸음걸이로 빡시게 훈련받은 군인들의 상징)로 BOQ(Bachelor Officers' Quarters 독신 장교 숙사)를 향해 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긴장감도 잠시 우리를 태운 버스는 울타리가 쳐진 포장길을 거침없이 달려 북으로 향한다. 울타리 밖으로는 눈이 치워지지 않은 온정리 원산간 도로는 주민이나 군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제설작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게 눈이 와서 자동차 통행이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도중에 길가에 세워놓은 자동차조차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