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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작을 붙이는 건(넘 길어서 원작 편집) (개나발)
수작(酬酌)이란 말이 있다.
흥미로운 말이다.
뒤의 작(酌)은 술을 권하면서
따르는 것이고
앞의 수(酬)는 저쪽에서 술을 줬으니
갚는 기분으로 따라주는 술이다.
잔담(盞談)이라 할까.
우리말로는 주거니받거니 쯤 되리라.
사실 누가 먼저 주고 누가 갚는 형식으로 따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주었으니 다시 준다는
갚음의 의무감이 술을 술술 잘 돌게 한다.

수작은 붙이거나 거는 일은, 어쩌면
말을 붙이거나 거는 일,
연애를 붙이거나 거는 일과 비슷하다.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냥 있으면 서먹서먹하거나
낯선 채로 있어야 할 것인데, 굳이 그 분위기를 털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왜 그런 수고를 할까. 독작(獨酌)이 싫으니
수작을 붙인다. 술과 호젓하게 대화를 나누는
진정한 주호(酒豪)도 있겠으나 많은 사람은
딴 사람과의 소통 수단으로 술을 마신다.
술은, 서먹한 관계를 푸는데는 그만이다.
더없이 훌륭한 기름칠을 해준다. 그러니 수작은
다른 무엇보다 잘 먹힐 수 밖에.

수작에 슬쩍 속아주는 척 하는 것이
심심하고 쓸쓸한 세상에 그나마 이야깃거리가 되고
관계의 발아(發芽)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수작에는 지난 시절의 헐거운 인심과
슬슬 밀고당기는 가운데 은근히 마음을 실어날랐던
옛날 방식의 말걸기가 숨어있다.
당신에게 붙이는 수작은 바로,
허튼 소리 속에 유통시키는 내밀한 순정,
그 고급스런 올드패션의 회화방식이다.
괜찮지 않은가.
어디서 犬수작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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