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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짧게 살다간 위대한 문인 선배 이야기-- 한 신문 기사에서 (황병호)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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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09 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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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
12월의 첫날,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행선지는 김유정역. 청량리에서
경춘선 열차에 올라 한 시간 사십여 분을 달리면 이르는, 강촌과 남춘천 사이의
역이다. 매표 창구에서도, 열차 내 방송에서도 되풀이 일러 주었다. 오늘부터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노라고.
그렇다. ‘김유정역’은 〈동백꽃〉과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1908~37)의
이름을 따서 새로 붙여진 이름이다. 러시아에는 톨스토이역이 있고 미국에는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 있지만, 한국 철도 105년 역사에서 사람 이름을 딴 역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은 역 앞 실레마을이 바로
김유정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 대부분은 고향인 실레마을을 무대로 삼고
있다. 그의 생가를 복원한 ‘김유정문학촌’의 안내서에는 〈동백꽃〉의 무대인
금병산 기슭, 〈봄·봄〉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김봉필의 집, 〈산골 나그네〉의
주막과 물레방아 터, 〈만무방〉의 노름터 따위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김유정의 문학적 이력은 1933년에서 1937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걸쳐 있을
따름이다. 1933년은 그가 처녀작 〈산골 나그네〉를 발표한 해이자 결핵균을 얻은
착잡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그로부터 4년 남짓 동안 3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다가
1937년 3월 29일 아침 가쁜 숨을 거두었다. 세상을 뜨기 불과 열하루 전 그가
휘문고보 단짝 친구였던 평론가 안회남에게 편지를 내어, 닭과 뱀을 사먹고
병석에서 일어나고 싶다며 ‘돈 백 원’을 만들 작정을 상의한 일은 한국문학사의
슬픈 전설로 등재되었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1939년 7월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신남역도 문을 열었다.
거기서 다시 65년 만에 김유정은 생전의 그가 그 존재를 몰랐을 고향 마을
기차역에 제 이름을 영원히 새기게 된 것이다.
김유정역의 탄생에는 누구보다도 소설가 전상국씨의 공이 컸다. 이웃 홍천
출신으로 춘천에서 학교를 나온 전씨는 1985년 황순원 교수의 지도 아래 김유정에
관한 석사논문을 쓴 데 이어 93년에는 전기적 장편소설 〈유정의 사랑〉을 냈고,
2002년부터는 김유정문학촌의 무보수 촌장으로서 김유정 문학을 기리는 일에
헌신해 왔다. 전씨는 “김유정역의 탄생은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쾌거”라며 “앞으로는 실레마을 일대에 동백나무를 심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소설
〈동백꽃〉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동백나무란 국토의 남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겨울꽃 나무가 아니라 산수유꽃을
닮은 노란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가리키거니와, 소설에서 보자면 이러하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역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는 마을 잔치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동네
사람들이 풍물을 울리며 지신밟기를 했으며,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소주잔과 떡을
돌렸다. 한국문학사와 철도사의 행복한 만남이라 할 수도 있을 이 뜻깊은 행사에
문인과 예술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은 자못 아쉬움을 주었다. 대신 눈밝은
일반인들이 김유정역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새 역 이름이 찍힌
승차권을 순전히 기념용으로 구입하는 등 관심을 보여 대조를 이루었다.
경춘선 열차에 올라 한 시간 사십여 분을 달리면 이르는, 강촌과 남춘천 사이의
역이다. 매표 창구에서도, 열차 내 방송에서도 되풀이 일러 주었다. 오늘부터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노라고.
그렇다. ‘김유정역’은 〈동백꽃〉과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1908~37)의
이름을 따서 새로 붙여진 이름이다. 러시아에는 톨스토이역이 있고 미국에는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 있지만, 한국 철도 105년 역사에서 사람 이름을 딴 역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은 역 앞 실레마을이 바로
김유정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 대부분은 고향인 실레마을을 무대로 삼고
있다. 그의 생가를 복원한 ‘김유정문학촌’의 안내서에는 〈동백꽃〉의 무대인
금병산 기슭, 〈봄·봄〉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김봉필의 집, 〈산골 나그네〉의
주막과 물레방아 터, 〈만무방〉의 노름터 따위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김유정의 문학적 이력은 1933년에서 1937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걸쳐 있을
따름이다. 1933년은 그가 처녀작 〈산골 나그네〉를 발표한 해이자 결핵균을 얻은
착잡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그로부터 4년 남짓 동안 3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다가
1937년 3월 29일 아침 가쁜 숨을 거두었다. 세상을 뜨기 불과 열하루 전 그가
휘문고보 단짝 친구였던 평론가 안회남에게 편지를 내어, 닭과 뱀을 사먹고
병석에서 일어나고 싶다며 ‘돈 백 원’을 만들 작정을 상의한 일은 한국문학사의
슬픈 전설로 등재되었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1939년 7월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신남역도 문을 열었다.
거기서 다시 65년 만에 김유정은 생전의 그가 그 존재를 몰랐을 고향 마을
기차역에 제 이름을 영원히 새기게 된 것이다.
김유정역의 탄생에는 누구보다도 소설가 전상국씨의 공이 컸다. 이웃 홍천
출신으로 춘천에서 학교를 나온 전씨는 1985년 황순원 교수의 지도 아래 김유정에
관한 석사논문을 쓴 데 이어 93년에는 전기적 장편소설 〈유정의 사랑〉을 냈고,
2002년부터는 김유정문학촌의 무보수 촌장으로서 김유정 문학을 기리는 일에
헌신해 왔다. 전씨는 “김유정역의 탄생은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쾌거”라며 “앞으로는 실레마을 일대에 동백나무를 심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소설
〈동백꽃〉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동백나무란 국토의 남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겨울꽃 나무가 아니라 산수유꽃을
닮은 노란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가리키거니와, 소설에서 보자면 이러하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역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는 마을 잔치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동네
사람들이 풍물을 울리며 지신밟기를 했으며,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소주잔과 떡을
돌렸다. 한국문학사와 철도사의 행복한 만남이라 할 수도 있을 이 뜻깊은 행사에
문인과 예술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은 자못 아쉬움을 주었다. 대신 눈밝은
일반인들이 김유정역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새 역 이름이 찍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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