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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당지회 전초전 (최영철)
토요일 비가 간간이 뿌리는 가운데도 그 며칠 전 약속대로 나와 내 처, 그리고 한상기네 가족들이 분당 수현네 집을 찾았다.
수현이가 전번에 약속한 대로 저녁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수현이는 나이가 들수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나날이 풍성해 가는 것이 아주 바람직해 보인다.
그 전 주 상호가 수현이와 역삼동에서 회포풀기를 하려다가 빵꾸를 냈었는데 대신 내 차에 오디오 달아주기로 상호 합의를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맞자 상호야..

파크타운 134동 1003호를 들어서니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현이 처가 반장 하면서 아파트의 그 동만 멋지게 치장했다고 한다.
"수현아. 분당에 사는 친구들이 약 40여명 되는 것 같은데 주말마다 너네 집에서 잔치할까?"
"괜찮지. 이 동네에서 식사들 하고 율동공원에서 한 바퀴 산책하면 좋을거야."
상기네 가족이 곧 들이닥쳐 수현이네 집의 분위기에 걸맞는 식사를 해야 한다며 식사 종류를 정했다.
전번에 보고서도 그 사이도 오랜만이라고 한참 쉰소리들을 하다 일식집으로 향했다.

상기는 요사이 전원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열심히 사방을 뒤지고 다니고 있다.
"어제 밤에도 집을 여러 채 지었다가 부쉈다. 아냐?"
수현이가 말년을 위해 겸사겸사 마련해 두었다는 용인의 전원 아파트를 돌아보고 온 다음 상기의 마음이 또 돌아가며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야 이 아파트 전원주택하고 아파트하고 빌라의 세 개를 다 짬뽕했다 와. 좋더라."
그리하여 일식집에서 상기의 들뜬 양기오른 입담에 나머지 친구들이 발언권을 양보해야 했다.
"야 니네들 보기만 해도 좋다. 기분이 엄청 좋은데.."
결국 고1 때 싸운 얘기 재탕에다 날짜까지 기억해둔 며칠 며칠까지 들이대며 입에 게거품을 물다가 급기야는 침을 사방에 튀며 오랜만의 회포에 열이 올랐지 뭐냐..
오십세주에서 시작하다 결국 백세까지 살기로 작정하고는 혼자서 그 한 병을 다 마시면서 시종 열변을 토하니 나머지 친구들도 덩달아 목청을 높일 밖에..
그리고 분당권으로 이사온 다음에는 자주 만나잔다.
"얼마든지 좋다. 오기나 해라."
밤이 깊어지면서 먼 길 온 상기네를 생각해 서로는 아쉬운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에서 서로 창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열려진 창문 사이로 상기가 뭐라고 떠든다.
"야 나 지금 야단 맞고 있는 중이다."
아마 기분이 좋아 양기오른 입심에 대해 처가 뭐라고 핀잔을 주나 보다.
"하하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지 제수씨 걱정하덜덜 말아여."

집에 도착한 후 금방 전화가 온다.
"아따 벌써 도착했냐?"
"마누라한테 침 튀고 백세주까지 혼자 먹었다고 야단 맞았는데 난 니네들 만나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자주 만나자잉.."
"좋다잉.."
"수현이 마누라가 맨날 전화하고 찾아오라고 하더라. 수현이 새끼는 남을 너무 배려하려는 게 탈이야.."
흐흐흐...
벤츠 모는 넘이 맨날 내야지 안 그래?

밤에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교현재 마당을 거닐다가 진돌이의 끙끙거리며 같이 놀자는 신호도 무시하고 생각에 잠겨 본다.
부유하다는 건 다른게 아니고 마음이 풍성하고 남을 배려하고 친구라면 그저 침을 튀기건 어쨌건 하잘 데 없는 체면 위신 내세우지 않고 서로 털털하게 지내며 오가는 정 나누는게 진짜 부자 아닐까?
돈이 없어도 부자인 사람이 있고 돈이 많아도 가난한 사람이 있지.
곳간에서 인심나고, 배가 불러야 예의를 안다는 속담이 틀림없이 맞다.
우리는 먼저 정신적인 부자가 되어야 하겠다. 그 다음에 부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정답이지.
마음이 가난하면 천국이 저희 것이고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

다음날 아침 처갓집의 결혼식에 참석하려 고속버스를 타고 남녘으로 내려가는 도중 창가에 비치는 조국의 풍광이 너무 정겹고 따스하다. 온유한 산세며 평화로운 농촌의 분위기, 들녁의 푸르름 등등.
"따르릉 따르릉"
"야 나 상긴데 어제 밤 내내 생각해 봤는데 순위가 또 바뀌었다. 니네 강남골프장 입구에 있는 이병헌이네 집 위 까페 자리 좀 알아봐주라.."
이 눔이 밤새 또 집 몇 채 지고 헐었구나.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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