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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름, 비, 물안개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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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홈이 한창 번창하더니 요즘 들어 여름 휴가들을 갔는지 조용하기도 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교현재의 창 너머로 문형산을 휘감은 구름들을 바라보니 오랜만에 한가함을 찾은 기분도 들고 하여,
친구들에게는 내 이름이 식상하겠지만 또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나무와 꽃에 관심이 많아지고, 옛날에는 모르고 지나치던 아무 것도 아닌 자그마한 자연의 섭리에도 놀라게 됩니다.
마당에 피는 꽃과 풀을 볼 때 "화무십일홍"이란 옛말이나, 지금은 목사가 되어 우리 앞에 금의환향한 이성일 학우 전공대로
<시편 103:15> 인생의 날은 풀과 같음이여 들에 피는 꽃과 같도다.
를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비 온 뒤 왕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몇 시간 동안 뽑고 있다가, 잠깐 정신을 놓으면 잔디까지 뽑아버릴 때도 있었고, 꽃이 피어 참 예쁘다 하고 감탄하다가 어느 날 시들어 추한 모습에 잘라버리는 일 등..
마당에 씨를 뿌리고 텃밭에 모종을 심을 때 이게 언제 자라나 하다가도 어느 날 불쑥 커버린 나무와 열매를 볼 때의 신기함이란...

우리 마당에는 특별히 내가 고집하여 심은 나무들이 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소나무, 전나무, 구상나무, 측백나무, 주목, 사철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사시사철 푸르다는 것이지요.
풀이나 잠깐 피는 꽃과 같은 인생을 벗어나고픈 깊이 숨은 강박관념의 표출 아니겠습니까?
그와 더불어 주인에게만 온갖 충성을 다하는 우리 진돌이에게도 무언의 조언을 받게 됨을 느낍니다.
이름 모를 풀과 작은 꽃, 강아지도 타고난 운명대로 자기 본분을 다하는데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
내 본분은 다하고 있는 걸까? 세상에 나온 보람은 있어야 될텐데...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비가 계속 주룩주룩 내립니다. 온종일 내리려나 봅니다.

<첨언> 기국이 흉내를 내서 한번 소리쳐 보자.
"야 새꺄! 연락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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