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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기 분당지회 발기대회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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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오후 유수현과 내가 인천에 사는 한상기와 그동안 미루던 회합을 갖고자 연안부두와 월미도를 찾았다.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한 중에 수현이가 가자고 하여 잘 됐다 싶어 무작정 따라나선다.
막 떠나려는데 전화로 부부동반이라 한다.
하여, 분당 율동공원에 비밀 접선을 하러 갔더니 수현이와 처가 최고급 벤츠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내 차로 가려다 벤츠 바퀴가 넓어 조금 나을 것 같아 그 차로 가기로 하고 일단 상기네 집으로...
계양에 사는 상기네 집에 잠시 들러 89세 되셨으나 놀라웁게 정정하신 상기 어머님께 인사 여쭙고 연안부두로 향한다. 횟집에서 모든 걸 잊고 오랜만에 포식한 후 이번엔 바닷 내음 맡으러 월미도로 향한다.

구한말 개항을 맞이하면서 쓰라린 역사의 맞바람을 맞았던 인천은 언제나 활기찬 느낌이다.
열강의 각축장이며 일제 때는 수탈의 현장, 온갖 삶의 애환들로 뒤범벅되었던 연안부두, 사상 초유의 상륙작전이 있던 곳, 근래에는 아시아의 허브로 떠오른 날틀 운동장.
이 모든 역사의 현장 위를 무심한 갈매기가 햇빛 반사되는 따사로운 오후 바다 위의 유람선과 어긋난 조화를 보인다.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를 본딴 듯한 월미도 선착장 거리에서는 야외 무대에서 젊은 아이들이 어설픈 밴드에 맞춰 나름대로 흥을 돋구고 있다.

바다와 선착장, 야외무대가 보이는 카페 2층에 휘문여고 졸업생들 한 테이블, 우리 한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 나른한 오후의 바다 풍경을 한껏 맛본다.
여러 동기들의 근황과 여담, 노년에 대한 구상 등을 얘기하다, 일행은 넓은 바다 속에 도시의 잡티를 씻어 보내고자 한동안 문화의 거리를 거닌다.
처얼썩 처얼썩 부딪히는 파도, 한가롭게 유유히 나는 갈매기와 더불어 거니는데 누군가가 얘기하네.
"우리도 이제 늙어가는구나"
석양으로 접어들어 조금씩 불이 타가는 바다가 우리들의 침묵에 동조한다.
고교 시절부터 이런 저런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면서 지금까지 친구로서 숱한 기쁨과 외로움을 같이하기도 하며 지내왔는데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데...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
휘문여고 졸업생들은 자기들끼리 작당하기로 했다 한다.
그들도 내색은 안하지만 석양으로 접어드는 외로움은 어쩌지 못하나보다.

월미도 주차장에서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며 몇 가지 약조를 하였다.
분당지회를 결성하고 자주 만나 산행도 하고 가족끼리도 친목을 가지며, 기회가 되면 크루즈 여행도 함께 하기로 했다.
어제 만난 최영철, 유수현, 한상기 외에 분당에 사는 차한규, 이세현, 그외에 이흥규, 임선원 등도 합류시키기로 했는데 분당권을 중심으로 성남, 광주, 용인, 수원 등과 그외의 외로운 동기들도 합류하여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며 가끔씩 교현재에서 야외파티도 가지기로 하였다.
수현이와 상기는 우리 동네로 온다고 땅을 알아보라 한다.
집으로 오는 도중 수현이 부부는 고교 동기이며, 대학 동창인 동아대 교수 이규완의 부친상에 들렀다 가야 한다며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잡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보고 덧없다 하지않고
우주는 나를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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