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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終) (최영철)

해상리 예비대로 파견생활을 옮긴 후 시비륙 사태와 시비시비 사태를 겪으면서 암울한 미래 속에 군생활을 하던 그 겨울 어느 날, 사령부 비서실의 유수현한테서 전화가 온다.
"지금 서울에서 선원이하고 상기가 너한테 간다고 온대. 기다려."

준 전시 상황에다가 비상중이라 나갈 수가 없는데,
오면 삐뚤이네 집에서 소주나 해야겠다.
유순했던 군의관한테 얘기해서 개구멍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수현이가 상황실 장교를 어떻게 후려놨는지 외출증을 받아 왔다.
부대 앞에서만 있는다는 조건으로.
이 놈은 맨날 뺀질거리더니 이런 때는 꽤 쓸모가 있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설악산에 가자는 것이다. 잡히면 자기가 책임진다나.
그래 가자.

설악산의 산장에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느라 서로 정신이 없다.
선원이 해군 장교 훈련 때 힘들던 얘기, 상기하고 고1 때 싸우고 말 안하던 얘기(아마, 야구때문이었을거야) 등등.
선원이가 거기까지 가지고 온 작은 카세트에다가 테이프를 꽂는다.
구슬픈 멜로디에다 절규하는 듯한 음성. "솔져 오브 포츈"이다.
얘는 왜 하필이면 이런 노래를 트냐?
당시의 암울한 현실과 미래를 우리 모두는 같이 공유하고 있었나 보다.

반가웠던 친구들하고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 오자 모두들 말이 없어졌다.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쓸쓸하고 허전했다.
예나 지금이나 속초에서 고성 가는 해안도로는 적막하고 쓸쓸하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노송만이 나를 위로하는 듯하다.

이듬해 초 나는 위재준, 임근수와 헤어져 속초 사령부의 유수현과 합류했고,
임근수와는 몇 번의 반가운 만남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유수현, 나, 한상기, 임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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