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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수의 사랑이야기(5) (소설가)
백수 :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 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 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백수 :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몸을 돌볼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 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백수 : 들어서자 마자 흠?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구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되었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만화방아가씨 : 이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수 있나. 이런 바보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결혼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것 같다.

백수 : 만화방 달력에 빨간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같은걸 안다. 그날 잘못걸리면 뭔가 날라올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만화방아가씨 :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 생일날을 축하해줄 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백수가 이표를 보고 내생일인걸
생각할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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