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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백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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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도종환-




다 끝마치지 못한 일 때문에 서류를 들고 급히 달려가다 걸음을 멈춘다.


발길을 돌려 아름다운 저녁놀이 불타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날이 저물며 으슬 으슬 추워져 저녁 강물이 반짝이는 비늘을 후루루 털고 있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앉아있고 싶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러가다 발길을 돌려 기차역으로 가고 싶다.


시골 간이역으로 가는 표를 끊어 열차에 몸을 싣고 싶다.


가다보면 목행역이나 삼탄역 근처를 지날 때처럼 차창 밖으로


수려한 산줄기가 지나가고 그 아래 푸른 물이 흐르는 곳에서 내려


늘 열차에 앉아 바라보기만 했던 나무다리나 흙다리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싶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시골역에서 내려 허름한 선술집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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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시계를 보며 회의시간에 늦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며 차를 타고가다


문득 차에서 내려 가로수가 길게 뻗어있는 길을 혼자 걷고 싶다.


지치도록 걷다가 길가 허름한 여인숙에서 마루장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치고 아침에 찬 물로 세수하고 싶다. 그런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며칠씩 지내고 싶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싣고 싶다.


발길이 가자는 대로 마음이 가자는 대로 한없이 가고 싶다.


산사의 느티나무 잎이 바람을 따라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나뭇잎을 따라가는


풍경소리를, 풍경소리를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을, 구름을 안고 우주 저 편을


넘어가는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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