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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창

마음의 창/이종숙

 

문화센터 영어 회화반에서 영어 이름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스완이라는 대답에 그들은 스완백조? 목이 긴 것도 아니고 우아한 자태도 아닌 네가 도대체 무슨 백조란 말이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훑어 보았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는 흔들림 없이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빠르게 발을 움직인다고 해요.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 속의 나는 달라요"

내 설명에 아~.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90%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빙산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90%가 겉으로 보여 지고 10%숨기고 있는가 하면 그 비율이 반반인 사람도 있다. 어느 심리학자는 사람의 마음에 4가지 창이 있다고 한다.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나는 알고 남이 모르는 나나는 모르고 남이 아는 나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를 나타내는 마음의 창이다.

 

그 알고 있는 비율에 따라서 창문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는 것을 꺼리고 자신을 숨기면 마음의 창이 좁아져 결국 갇혀 살게 된다고 한다.

 

나갔다 오겠다는 남편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컴퓨터 방으로 들어왔다. 긴 강줄기가 흐르는 탄천으로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즐겨 듣는 브란멘브르그 콘첼토를 들으려는데 현관 벨 소리가 났다.

 

고등학교 동창이 눈비에 젖어 곧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방으로 얼른 친구를 안내하고 감잎차를 끓여냈다. 그녀는 닦으라고 준 수건을 그냥 손에 쥔 채 넋이 나간 듯 앉아 있었다.

 

차가 다 식도록 진눈깨비 내리는 창밖만 바라보던 친구는 자식에게도 말 못하고 숨겨 놓았다던 이야기를 어렵게 토해냈다.

 

남편이 정년퇴직한 후첫해 일 년은 회사 동료였던 사람들과 골프도 치고 혼자 산에도 가고차려 놓은 밥도 잘 먹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눈 오는 날산에 갔다가 미끄러져 실족사 했다.

친구와 가족들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한 달쯤 후 그녀는 남편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힘들다. 힘들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라고 써놓은 글을 보았다. 남편이 아무 문제없는 듯 잘 지내서 그토록 힘들어 하는지 짐작도 못 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움직임이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물속에 잠긴 발로 그렇게 허우적거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녀는 자기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밀어 냈다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신을 지탱해 나가는 것만도 힘들어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친구의 남편은 산에 가서 마음껏 소리라도 질러 보았을까? 산에서조차 소리를 내지 못한 건 아닌지 ...

 

친구와 함께 눈발이 끝난 탄천으로 나갔다. 커다란 돌로 이어진 징검다리를 건너며 보니 물오리 대여섯 마리가 먹이를 찾는지 부리를 물에 박고 있었다. 강기슭의 마른 갈대 사이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시들어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두 마리의 제법 큰 오리가 고개를 깃털 사이에 묻은 채 졸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 야트막한 둔덕에 가지고 나온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문득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은 수련을 심어 보라고 권하던 어느 수필가의 글이 생각났다.

수련은 아침 일찍 피고 저녁놀과 함께 잠든대. 물속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대"

내 말에 친구는 드문드문 잔설이 남아 있는 탄천을 묵묵히 바라만 보다가

경이 아빠가 산에 간 날도 이렇게 진눈깨비가 내렸어. 그러니까 자살한 건 아닐 거야. 미끄러졌겠지"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마른 갈대 같았다.

 

그래. 자살은 아니야. ‘가고 싶다라는 말은 힘들면 흔히들 그냥 쓰는 말이잖아"

얼음같이 차가운 친구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저 오리들은 발도 안 시려운가?"

 

중얼거리는 친구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탄천을 벗어나 말없이 걷던 우리는 체크무늬 담요가 의자에 걸쳐 있는 커피집으로 들어갔다. 손이 녹고발이 녹고마음이 녹는 것 같다며 친구는 눈을 감았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토해낸 그녀의 마음의 창은 좀 넓어지려나.

 

아침밥도 안 먹고 나가던 남편의 뒷모습이 걸린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있나? 그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토해내야 마음의 창이 커지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숨이 쉬어질 텐데 ...

 

물속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다는 수련에 마음이 있다면 넓은 창을 갖고 있을 것 같다.

 

현대수필 2014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작 

 

[심사평]

이종숙의 마음의 창에 대하여

모든 사물은 보여 지는 것과 그 반대인 것으로 분류된다.

모든 것은 드러난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보편적이지만좀 더 헤아릴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분석하게 된다.

 

백조의 상정성과 연꽃의 상징성이 이에 해당된다.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의 물갈퀴진흙을 뚫고 솟아오른 연꽃의 태연함을 볼 때수저(水底) 의 세계는 또 하나의 대()역사가 숨어 있다.

 

마음의 창에서 이종숙의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 속의 나는 달라요의미가 많은 메시지다. 마음은 빙산을 감싸 안은 창파(‘)와 다르지 않아 그 끝을 모를 때가 많다. 프란츠 블라이(Franz Blei)도 표현이 과할 때 오해를 유발하지만 자기를 포장하는 것이 반드시 금은 아니라고 했다.

 

마음의 창을 보게 되면 모든 표현은 절제가 되어 있어 표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역설한다. 화자는 심리학자의 말을 빌어 마음의 창4가지로 제시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능력과 깊이가 잠재해 있다. 그곳에는 자기만의 세계까지 있어 측정 불가능한 실체로 존재하며 주변을 지배한.

 

마음의 창은 화자와 화자 남편친구와 친구 남편을 통해 독자들에게 세상과의 소통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동창이 화자를 찾아와 남편의 상황을 분석고백하는 것을 보면 친구는 비교적 마음의 창을 열고 있는 사람이다. 마음속에 잠재된 생각을 환기시켜 새 공기를 주입받는 방법을 모르지 않고 있어맑은 정신으로 미래와 함께 할 사람이다.

 

마음의 창은 회화반에서 화자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스완이라고 대답한 것이 핵심 메시지다.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세상임을 터득한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분석해 보는 이종숙은 생각이 많으면서도 깊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작품을 쓰며 대성하는 작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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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좌측 필자 이종숙 우측 동생 이경숙씨 미국에서)

동생 이경숙씨는 10여년 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부문 당선으로

늦은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종숙

·서울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한앙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석사

.생명의 전화 전문상담원

·사랑의 교회 시니어 상담학 교실 강사

·파우제 상담학 교실 운영

·Ijssrct@hanmail.net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떠오르는 추억을 담고 싶었다.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인터넷 카페 마음이 따듯해지는 방의 사랑하는 식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인생의 key word중의 하나인 관계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목욕탕에서 물도 미처 닦지 못하고 나가던 어느 할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등에 업은 아기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바쁘지?"

나이가 들면 좀 여유 있어지려나 했는데 항상 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을 통해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아마도 그는 자기 자신을 젊어지고 갔다 온 모양일세라고 말했다는 소크라테스는 퉁에 짐이 없었을까?

수필이라는 짐을 자유롭게 등에 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윤재천 교수님과 분당수필문학회 문우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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