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이루는 사람들의 태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
장성숙/ 가톨릭대학교, 극동상담심리연구원
blog.naver.com/changss0312
학기를 마치면서 다소 여유가 생기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러갔다. 평일 낮이라 자리가 넉넉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많아 겨우 앞 자리표나 살 수 있었다.
첫 장면으로 평생의 반려자였던 영감님을 잃고 꺼이꺼이 곡하는 할머니 모습이 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노부부가 말년에 어떤 모습으로 도닥이며 살았는지가 잔잔하게 전개되었다.
9살에 부친을 잃은 남자는 고생하다 남의 집 일꾼으로 들어가 죽어라 일하며 살았다. 그러다 9살 터울 지는 그 집안의 14살 된 딸과 결혼하였다. 하지만 신부가 너무 어려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그저 쓰다듬기나 하며 다 클 때까지 기다렸다. 15살도 넘기고 16살도 그냥 넘기고 17살이 되던 해에 마침내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안기자, 그때야 비로소 부부관계를 맺고 무려 12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나았다. 힘겹게 살던 시절에 자녀들 중 6명은 일찍 죽고, 남은 6남매는 모두 다 커서 도시로 떠났다.
둘만이 시골 농가에 남겨졌지만 그 노부부는 강아지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낙엽을 쓸다가 장난기라도 동하면 한 움큼 집어 들어 서로에게 던지고, 할머니가 개울가에서 채소를 씻을 때면 돌을 던져 물을 튀게 하는 등 그야말로 소꿉장난 하듯 지냈다. 그 늙은 나이에도 뒷간에 갈 때 무섭다며 할아버지를 대동하는 할머니의 어리광,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불러달라면 구성지게 노래하는 할아버지의 천진스러움. 모든 게 한 폭의 깨끗한 수채화였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자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읍내로 나가 어린아이 내복 6벌을 샀다. 누가 먼저 세상을 뜨든, 내복 한 벌 입혀주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던 어린 자식들에게 나눠주자는 취지였다. 이윽고 할아버지의 거둥이 시원치 않자 이별할 때가 다가옴을 직감한 할머니는 영감님이 저승에서 입을 옷을 챙겨 하나하나 태우기 시작했다. 병색이 짙어가던 할아버지가 마침내 다시는 건너오지 못할 강을 건너자, 무려 76년이나 함께 살았던 할머니는 목 놓아 울었다.
그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에 주룩주룩 눈물지었다. 부부로서 그렇게 간곡하게 사랑하던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그 어떤 즐거움이 이러한 행복을 능가하겠는가.
이 세상에는 부부로서 귀중한 인연을 맺어놓고 갈등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꽃이 되지 못한 결과 때문이리라. 이러한 결과 저변에는 상대에 대한 소홀함이 깔려 있음에 틀림없다.
왜 사람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대에 대한 소홀함을 그토록 타파하지 못하는 것일까? 결국
자기 것이 되고 마는 그 이치를 어쩌자고 그렇게 쉽게 잊어들 버리는지!
상담을 하다보면 제일 많이 접하는 게 부부간의 갈등이다. 성에 차지 않는 다든가, 하는 짓이 마땅치 않다든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등 그 이유는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그 사람이 자신의 반려자인 것을. 무촌인 배우자보다 피를 나눈 자식이 더 귀한 것 같아도 자식이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품안을 떠나가는 존재다. 일단 떠나면 심리적으로는 든든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소용없는 게 사실이다. 삶이 가져다주는 순간순간의 기쁨이나 슬픔 등 모든 애환을 함께 나눌 자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인 까닭이다.
어차피 함께 살아야 할 배우자라면 마지못해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한정된 삶 속에서 그보다 더한 시간낭비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을 힘껏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굳이 따지자면, 그것은 그를 위해서라기보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소화하느냐하는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행위는 결국 자신의 업이 되는 까닭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배우자에 대해 못마땅해 하거나 약 올라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본인이 먼저 상대를 흠뻑 품어 안을 수는 없느냐고 반문한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줘야 상대방도 나를 향해 웃음 짓게 되는 것이라고, 또 그래야 이쪽에서 바라는 것을 얻게 된다고. 아울러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먼저 애쓰는 사람이 삶의 승자라고 간곡하게 일러준다.
과연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 근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땅콩 사건에서 보았듯이 아무리 많은 부를 지녔어도,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했어도 그것이 행복의 지표는 아니다. 그런 것보다 옆의 사람을 보듬어주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윤택하게 해주는 원천이지 않을까한다.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끔 해준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 꼭 그분들이 다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자신의 여건, 즉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함으로써 행복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어서이다. 의료혜택이 빈약한 농촌에서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허름한 시골집에서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재미있게 사셨던 분들이니 말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을 때 우리는 제일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러한 복을 누리지 못할지라도 서러워하지는 말자. 아쉽긴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여건이라면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또 거기서 뭔가 그런대로 이루어질 테니까.
다시금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근본이리라 믿는다. 결혼을 했으면 어쨌든 짝꿍을 열심히 아껴주어야 하는 것이고, 홀로 지내면 혼자인대로 자신의 직분에 따라 열심히 하는 것, 그런 태도야 말로 일상에서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 20247 휘선회 이순실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 또 하나의 '눈물겨운^^사... 2014-12-24
- 20246 휘선회 이순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행복을 이루는 사람들... 2014-12-24
- 20245 휘문63회 이순실 바로크 크리스마스 캐롤 -- CSSR State Philharmonic Orc 2014-12-24
- 20244 휘문63회 이순실 통진당 정당해산 판결을 보고...嘲鼠(조서)쥐를 비웃다 2014-12-24
- 20243 외휘회 송윤근 2014년 외휘회 송년모임 후기 2014-12-24
- 20242 휘선회 이순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2014-12-23
- 20241 휘문56회 서갑수 56산우회 12월 정기 송년산행 우면산 2014-12-23
- 20240 휘문60회 나영길 유머 9제 2014-12-23
- 20239 휘문60회 나영길 태양이 주는 아름다움 2014-12-23
- 20238 휘문53회 이재원 휘문53산우회 집행부 퇴임인사 2014-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