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졸업 40주년 행사/감상
🧑 김창우
|
📅 2012-12-11 15:19:14
|
👀 724
교정을 떠난지 40년하고도 10개월. 까맣고 수북했던 머리카락이 하얗고 듬성듬성하게 변모하기까지. 그 세월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가? 그 안에서 각자가 겪었던 희열과 모멸, 영광과 수치, 사랑과 증오, 그리고 만남과 이별을 풀어내면 대하소설 '태백산맥' '토지'의 등장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잠시 방심하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기 일쑤인 '인생 정글'에서 40여년이 넘도록 건재를 과시중인 99명이 모인 그 날 그 장소에서 나는 우선 그 육중함에 압도됐다.
굵어진 허리와 느릿느릿한 걸음, 볼가를 깊게 파고든 주름살, 악수하자고 건넨 손바닥의 굳은 살, 살짝 쉰듯한 목소리가 나를 감히 까불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같은 작은 소회는 잠시후 안개 걷히듯 사라졌고 나는 이내 40년전에서 멀리는 46년전으로 되돌아갔다.
건네오는 말과 제스추어에서 경쾌함이 느껴졌고 이날 참석해주신 은사 네분의 별명과 함께 동창생끼리 교정에서 같이 겪고 나눴던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기억속에서 꺼내진 덕분이다.
식판을 채울땐 고교시절 이맘때면 조개탄 난로위에 얹혀있던 양은도시락이 떠올랐고 손뼉치고 노래하면서는 중고교시절 오락시간이, 경품추첨때는 방학식날 한명씩 호명돼 성적표를 받아들던 장면이, 행사가 모두 끝나 헤어질때는 저마다의 다른 행로가 우리를 갈라놓았던 졸업식때의 서운함이 대입됐다.
내가 휘문64회 송년회식에 출석한 건 이번이 네번째다. 그런데 이번의 송년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다. 송년회식도중 "내가 언제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앞뒤 가리지않고 목청껏 떠들고 껄껄대며 웃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자문에, '없었다'라는 자답이 나를 그렇게 느끼도록했다.
여기에 그동안 연락이 두절됐었던 동창생들이 속속 나타나 반가움이 더해졌고 경품이 수북하게 쌓여 한눈에 '물이 좋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후 30여년간을 동창회에 등한히했던 나는 요즘들어 이를 속죄하기위해 동창생들과 부쩍 잦은 만남을 도모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재벌이 되겠는가? 이 미천한 경력으로 정권을 잡겠는가? 그런건 내게 가당치않은 일. 내가 이제 20여년 남은 인생에서 할 것들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은 동창생들과 반목하지않고 만남의 횟수를 늘려가면서 경조사가 생기면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자각이 생겨서다.
동기생 여러분, 여생설계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한토막 소개하겠습니다.
핀란드 정부가 건강한 성인 6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은 금연과 금주는 물론, 기상 취침시간을 엄수케하고 건강식단을 강제하는 한편, B그룹은 주어진 규칙없이 그들이 늘 그래왔던대로 편안히 살도록 한 후 20년이 지난 다음 두 그룹의 건강을 진단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B그룹이 압도적으로 건강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이제 여생은 손금대로 삽시다. 이제와서 그 무엇을 거스르려합니까? 큰 그림 그리겠다고 허둥대지말고 그럴 정열이 있으면 건전하고 건강한 재미를 추구합시다. 이제는 성공도 재미속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40여년간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아직 생존중인 우리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고 또 그래야 오래오래 만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5650 휘문60회 나영길 일본인이 새롭게 발견하는 한국의 얼굴 2012-12-11
- 15649 휘문64회 이동화 2012년 경조사 2012-12-11
- 15648 휘문64회 이동화 2012년도 교우동정 2012-12-11
- 15647 휘문64회 이동화 2012년도 행사보고 2012-12-11
- 15646 휘문64회 이동화 2012년 결산보고 및 경과보고 파일 게시 2012-12-11
- 15645 휘문64회 김창우 졸업 40주년 행사/감상 2012-12-11
- 15644 WAC 서동영 2012년 송년회 공지 2012-12-11
- 15643 휘문72회 휘문72 2012,12,2 휘산회 가덕산 2012-12-11
- 15642 휘문64회 박상원 휘문64회 40주년 사진 2012-12-11
- 15641 휘문56회 이아건 북한산 -13.5 ℃ 친구들 / 나 임영선 이외다 2012-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