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선생
윤 관 호
두 딸들이 뉴욕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때 피아노 선생이 집에 와서 딸들에게 피아노 지도를 하곤 했다. 예의 바르고 조신하며 얼굴도 고운 젊은 여선생이라고 나의 어머니가 칭찬을 자주 했다. 나중에 만나 보니 어머니 말씀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몇 달 후 아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 큰 딸 서영이에게 바이올린도 가르치자고 했다. 피아노 선생 남편이 바이올린 개인지도 한다며 소아마비 장애인이라고 했다. 나는 악기 하나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장애인임에도 바이올린을 잘 연주한다니 감동이 되었다. 바이올린 선생은 몇 번 차를 운전하고 우리 집에 와서 교습(lesson)을 했다. 집 앞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wheelchair)를 탄 상태에서 올라올 수 없어 차고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왔었다. 그 후 집에 와 서영이를 자기 차로 자신의 아파트로 데리고 가서 가르친 후 집에 까지 데려다 주곤 했다. 승강기(elevator)가 있는 자신의 아파트가 다니기에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허지만 서영이를 데려오고 데려가느라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나와 아내는 모두 직장에 나가 일하느라 바쁠 때였다.
피아노 선생이 한국에서 여대생일 때 장애인 봉사하다가 바이올린 선생을 만났고 사랑하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반대하던 부모를 설득하고 결혼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어머니로부터 듣고 피아노 선생이야 말로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을 밤에 바이올린 선생이 Brooklyn 대학에서 연주회가 있다고 하여 나는 어머니, 아내, 두 딸과 함께 갔다. 연주를 감상하고 나서 바이올린 선생에게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했다. 몇 달 후 바이올린 선생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 갔다. 어린 아들 하나 두고 둘 째 아기를 임신한 피아노 선생과 바이올린 선생 가족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했다.
20 여년이 지난 2012년 1월 16일 토요일 후러싱제일교회 새벽기도시간에 휠체어(wheelchair)를 탄 장애인이 간증 겸 연주자로 단 위 오른 편에 앉아있다. 차 인홍 교수님이 나오시겠다는 소개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받으며 휠체어(wheelchair)를 굴려 단 가운데 앞으로 나오더니 앉은 상태에서 옆의 의자로 가볍게 옮겨 앉는다. 옛날에 보던 모습이다. 나의 큰 딸인 서영이를 지도하던 바이올린 선생이다. 그의 간증을 요약한다. “저는 지금 Ohio 주립대학 종신교수로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흔히 장애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Thais의 명상곡(Meditation from Thais)을 연주하겠습니다. (바이올린을 들고 명곡을 물 흐르는 듯 연주한다) 저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9살 때 고아원에 보내져 24살 될 때까지 학교에 가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바이올린 lesson 비(수업료)를 한 번도 낸 적이 없습니다. 낼 돈이 없었습니다. 제가 청년 때는 장애인이 교회에 가면 교회 사람들이 싫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4살 때 책을 붙들게 되었으며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많은 분의 도움을 받고 살아 왔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서울대 여 교수의 소개로 미국 Cincinnati 대학에 유학 왔습니다. 1986년에는 뉴욕에 와 5년 동안 살았습니다. 그때 147 Street, 35 Avenue 아파트에 살았으며 미국에서 제일 고생하던 시절이나 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한국에 들어가 5년 동안 살다가 미국으로 다시 왔습니다. 지금은 Ohio 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두 아들도 잘 자랐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늘 감사합니다. 오 신실하신 주 연주하겠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연주를 한다) 이제 고통스러운 때의 마음의 상처는 치유됐으나 잊고 싶지는 않습니다. 긴 턴넬(tunnel)을 지나다 보니까 tunnel 의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승승장구 했으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많은 나라를 다니며 돈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 등 세상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으나 마음의 아픔과 약함이 없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고통이 많은 시대에 약함을 가졌습니까? 약한 사람이 있어야 이 세상은 돌아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빚진 자(者)입니다. Amazing Grace(나 같은 죄인 살리신) 연주로 마치겠습니다.” (다시 바이올린을 들어 주님의 은혜가 가슴에 와 닿는 연주를 한다)
능숙한 솜씨의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자 회중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3곡의 바이올린 연주를 곁들인 간증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누라 자랑하면 팔불출 소리를 듣는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간증에서 자신이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부인의 내조도 컸으리라. 서둘러 기도를 마치고, 복도에 나와 있는 바이올린 선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이제는 어엿한 위치에 우뚝 섰음에도 겸손함과 감사의 고백을 잃지 않는 바이올린 선생 차 인홍 교수와 부인 조 성은 피아노 선생과 두 아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축복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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