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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와같이 깨어 있어라 (1/8 서울 주보)
🧑 손인선
|
📅 2012-01-12 17:32:17
|
👀 691
2009년 10월, 암이 재발하여 본격적인 항암요법이 시
작된 후 일주일 만에 제1차 치료를 끝났을 때 제 체중은
5kg이 줄어 있었습니다. 밥은 물론 물도 한 모금 삼키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다시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으며 주치의에게 선언하였습니다.
“때려죽여도 다시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소.”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제 머릿속에 줄곧 떠오르던 것은
성 바오로의 충고였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
든지 감사하십시오.”(1데살 5,16)
그것은 모순의 진리였습니다. 고통으로 기도의 말조
차 떠올릴 수 없었으며, 기쁨은커녕 감사의 마음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 ‘자, 일어나 가
자!’라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에 이렇게 유언하
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7)
그러나 저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기뻐할 수
가 없었으며,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주님이
주는 평화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가 믿는 그리스도는 지키지도 못할 율법을 강제적으로
강요하는 사이비교주란 말입니까. 저는 육신의 고통보다
도, 천지창조 이전부터 사랑해 오신 하느님과 우리를 대
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와 진리의
성령을 믿는 가톨릭 인으로서 도저히 그리스도의 평화
를, 그 기쁨을 느낄 수 없다는 자신에 대해 절망하였습니
다. 그래서 저는 영적 지도 사제이신 곽 신부님에게 전화
를 걸어 이렇게 떼를 썼습니다.
“신부님, 저는 항암치료를 포기할 것입니다.”
며칠 후 저는 우연히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는 주님
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만을 데리고 겟세마니 동산으로 올라가 근
심과 번민에 싸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마태 26,38)
아아, 그때 느낀 마음의 위로는 얼마나 강렬했던지요.
하느님의 외 아드님이신 주님도 ‘근심’과 ‘번민’에 싸여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그렇다면
저의 고통과 두려움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요.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제자들에게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
을 수 없단 말이냐?’라고 한탄하신 걸 보면 아아, 주님도
얼마나 고독하셨던가요. 그래, 주님과 더불어 한 시간
만이라도 깨어 있자. 내 고통은 주님과 함께 깨어 있는
영혼의 불침번과 같은 것이니, 다시 시작하자. 항암치료
의 자명종을 통하여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는 주님과
함께 깨어 있자.
바로 그 무렵 저는 예수의 성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
이라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고 큰 용기를 얻
을 수 있었습니다.
“… 정말 필요한 것이면 보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
으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 걱정하지 마십시
오. 몸 걱정, 죽는 걱정을 단번에 끊어버릴 결심이 없으
면 평생 아무 일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십시오. 무엇이든 올 테면 오
라지요. 죽은들 어떻습니까. 몸뚱이가 우리를 조롱한 것
이 몇 번인데, 우린들 한두 번쯤 그놈을 조롱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믿어주십시오. 이러한 결심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왜
냐하면, 주님의 도우심을 입어 몇 번이고 이와 같이 해나
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육체의 ‘지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지상의 모든 환자 여러분. 성
데레사의 말처럼 육체의 지배자가 되십
시오. 주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육체
의 원수를 정복하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최인호 베드로┃작가
작된 후 일주일 만에 제1차 치료를 끝났을 때 제 체중은
5kg이 줄어 있었습니다. 밥은 물론 물도 한 모금 삼키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다시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으며 주치의에게 선언하였습니다.
“때려죽여도 다시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소.”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제 머릿속에 줄곧 떠오르던 것은
성 바오로의 충고였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
든지 감사하십시오.”(1데살 5,16)
그것은 모순의 진리였습니다. 고통으로 기도의 말조
차 떠올릴 수 없었으며, 기쁨은커녕 감사의 마음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 ‘자, 일어나 가
자!’라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에 이렇게 유언하
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7)
그러나 저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기뻐할 수
가 없었으며,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주님이
주는 평화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가 믿는 그리스도는 지키지도 못할 율법을 강제적으로
강요하는 사이비교주란 말입니까. 저는 육신의 고통보다
도, 천지창조 이전부터 사랑해 오신 하느님과 우리를 대
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와 진리의
성령을 믿는 가톨릭 인으로서 도저히 그리스도의 평화
를, 그 기쁨을 느낄 수 없다는 자신에 대해 절망하였습니
다. 그래서 저는 영적 지도 사제이신 곽 신부님에게 전화
를 걸어 이렇게 떼를 썼습니다.
“신부님, 저는 항암치료를 포기할 것입니다.”
며칠 후 저는 우연히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는 주님
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만을 데리고 겟세마니 동산으로 올라가 근
심과 번민에 싸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마태 26,38)
아아, 그때 느낀 마음의 위로는 얼마나 강렬했던지요.
하느님의 외 아드님이신 주님도 ‘근심’과 ‘번민’에 싸여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그렇다면
저의 고통과 두려움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요.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제자들에게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
을 수 없단 말이냐?’라고 한탄하신 걸 보면 아아, 주님도
얼마나 고독하셨던가요. 그래, 주님과 더불어 한 시간
만이라도 깨어 있자. 내 고통은 주님과 함께 깨어 있는
영혼의 불침번과 같은 것이니, 다시 시작하자. 항암치료
의 자명종을 통하여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는 주님과
함께 깨어 있자.
바로 그 무렵 저는 예수의 성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
이라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고 큰 용기를 얻
을 수 있었습니다.
“… 정말 필요한 것이면 보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
으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 걱정하지 마십시
오. 몸 걱정, 죽는 걱정을 단번에 끊어버릴 결심이 없으
면 평생 아무 일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십시오. 무엇이든 올 테면 오
라지요. 죽은들 어떻습니까. 몸뚱이가 우리를 조롱한 것
이 몇 번인데, 우린들 한두 번쯤 그놈을 조롱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믿어주십시오. 이러한 결심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왜
냐하면, 주님의 도우심을 입어 몇 번이고 이와 같이 해나
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육체의 ‘지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지상의 모든 환자 여러분. 성
데레사의 말처럼 육체의 지배자가 되십
시오. 주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육체
의 원수를 정복하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최인호 베드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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