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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폭 아빠의 눈물
조폭 아빠의 눈물


절대로 할 수 없어요
병혁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정말 이거 해야 하나요? 저는 정말 아빠 소리만 들어도 화가 난단 말예요... 우리 아빠만 보면

조폭이 생각나는 것 아세요? 제가 아빠보다 힘만 더 세다면 그냥...”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 색지를 앞에 두고. 나를 쳐다보며 외치는 병혁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로,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아빠의 사랑의 마음을 끌어 올리고자 매년 실시하고

있는 ‘아빠가 사랑스런 스무 가지 이유’ 쓰기는 항시 이런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기도하는 교사가

소신과 확신을 가지고 나아갈 때는 놀라운 감동이 있다.


“병혁아, 우리 용기를 내 보자. 응? 너희 아빠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거든. 너희 할아버지 아니,

그 이전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너희 아빠도 듣지 못하고 자라오던 세대라서 너에게 하기가 어색한 걸

거야. 네가 용기만 좀 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겨. 선생님 말 한 번 믿어보고 용기 내면 좋겠다.”
병혁이가 자신감을 얻었다. 약 한 달 정도 걸려 그 스무 가지를 다 썼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다 쓴 것

을 확인한 나는 두 번째 과제를 아이들에게 냈다.
“얘들아, 수고했어. 이제 아빠하고 일대일 자리를 만들어서 너희들이 쓴 것을 꼭 읽어 드리렴.

꼭 일대일 이어야 해. 그리고 아빠의 반응을 뒷면에 적어 오면 돼. 알겠니? 얘들아!”
아이들은 “악악”거리며 “말도 안돼!”를 외쳤지만, 의외로 병혁이는 담담한 눈빛이었다. 이미 어떤

결심을 한 듯 했다.

5분만 빌려주세요
병혁이는 아빠에게 읽어드리기로 하고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는 아빠에게 다가갔다.
“똑똑!”
“뭐야!”
순간 아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병혁이는 잠시 움찔했으나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
“아빠! 저예요.”
“뭐야?”
“저... 숙제가 있어서요.”
“아니, 이 자식이. 숙제가 있으면 늬 방에서 할 것이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응?”
우레 소리 같은 아빠의 목소리와, 좋지 않은 반응에 순간 하지말까 생각했던 병혁이는 다시 마음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아빠, 아빠가 도와주셔야 해요. 5분이면 되거든요. 잠시 들어가면 안 될까요?”
병혁이 아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또 한 번 소리쳤다.
“그럼, 빨리 와서 하고 가!”
병혁이는 살며시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빠가 보던 텔레비전을 ‘톡’ 껐다. 그 때 아빠가

손을 들어 내리치려는 동작으로,
“아니, 이 자식이 텔레비를 왜 끄는거야? 응?”
병혁이는 그 말에 대답을 피하고 자리를 잡아 앉으며 말했다.
“아빠, 잠깐 저 좀 보세요.”

그 때 병혁이 아빠와 병혁이의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부자가 서로 마주한 순간, 그것이 이토록

어색할 줄이야. 아빠도 어쩔 줄 몰랐고, 병혁이도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아빠, 죄송해요... 잠깐이면... 되거든요... 5분이면 되요.”
병혁이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그 무서운 아빠 앞에서 난생 처음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읽기 시작했다.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
병혁이가 여기까지 읽었을 때 갑자기 아빠의 오른팔이 날아왔다. 아빠의 팔에 갇힌 병혁이는 이게

어찌된 일인가 생각했다. 아빠의 팔이 자기의 목덜미를 휘감아 아빠의 가슴팍에 안겨진 상태였다.

병혁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괜히 했어. 우리 아빠가 화가 난거야. 에유, 선생님은 괜히 이런 것 시켜 가지고...’
여러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병혁이의 귀에 아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아빠가 팔을 풀었을 때 병혁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빠의 눈에 눈물이 그득하게 고여 있는 것 아닌가. 아빠는 울고 있었다.
병혁이가 용기를 내어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 제목을 읽는 순간 병혁이 아빠의 마음은 이미

녹아 내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녀석을 위해 뭘 했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단 말인가. 매일 야단만 치고 때리기만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이 녀석은... ’나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읽으려 한다.

아! 아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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