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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구...........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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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26 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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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2



오리 2마리, 닭 6마리, 그리고 다시 오리 2마리를 오일장에서 사왔다.
딱히 닭장을 만들 재주가 없어 일단 집을 지을 때 쓰다 버려두고 간 작업 선반아래를
새망으로 막고 닭 6마리, 오리 4마리를 밤에는 가두고 낮에는 풀어 키운다.
호랭이가 닭장을 열어주는 아침과 닫는 저녁이면 먹이를 주는 걸 알았기에
이놈들은 호랭이만 나타나면 광분을 하며 먹을 것을 달라고 주변으로 다가온다.
못쓰는 프라이 팬 2개에 따로 사료를 주었는데 처음엔 오리 따로, 닭 따로 먹더니
슬금 슬금 딴 먹이가 더 맛있을까 싶은지 서로 다른 사료통을 넘본다.
중간에 제 밥통을 뺏기는 기분인지 다툼도 있었지만 어느 틈엔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는지 한놈이 오면 한놈이 가는 식으로 사료통을 공유한다.
한솥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한다.
종이 다른 오리와 닭-
섞이지 않을 것같았던 이 서로 다른 2개의 종이 먹는 것을 공유한다.
잠자리도 닭은 횟대에서 오리는 바닥에서 함께 잔다.
처음 이놈들을 사왔을 때 태풍 무이파가 내가 사는 동네 주변을 지나갔다.
철근을 집어넣은 전봇대가 부러질만큼의 거친 바람에 맨바닥 철망으로
얼기설기 만든 닭장이 걱정되어 창고에 넣어 키웠는데 지금 있는 닭장으로 옮기고
창고를 한동안 밤낮없이 열어두고 냄새를 빼야했다.
이제 내달쯤이면 알을 낳을거라고 한다.
땅은 넓다.
사람이 뭔가를 하기엔 좁다고 하지만 이놈들 수십마리가 거침없이 다닐만큼은 넓다.
꼴랑 수탉 1마리와 암탉 5마리로 뭘하겠느냐고 하지만 달걀을 이고가며
그 달걀이 부화되고 어미 닭이 되어 다시 달걀을 낳고 그 달걀들이 또 부화되고...를
반복하면서 수백 수천마리의 닭들을 키우는 상상을 하던 소녀(?)가 넘어져 행복한 상상의
주인공이던 달걀을 깨뜨린 우화를 기억해내면서 그래도 꿈을 갖는다.
며칠전 중학동창이 잠깐 들렀을 때 호랭이가 밭에서 금방 딴 호박을 몇개 선물했다.
장에서 사면 얼마 안하는 금전적 가치는 없는 것이지만 호랭이에게는 직접 키운 작물이다.
숙소가 호텔이었던 같으니 취사할 곳이 없어 요리를 해먹었을 것 같지는 않고
어쩜 가다가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집까지 가져가서 전이라도 부쳐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렸어도 그만이고 전을 부쳐먹었더라도 그만이다.
시간이 지나 어딘가서 만났을 때 아, 그때 호박 잘 먹었다..라든가,
아, 그때 가져가다가 차에 깜빡 잊고 놓고 왔다던가....
아니, 아예 생략해도 상관없다.
우리 땅에서 키웠던 작물을 나누어 주었으니 나나 호랭이에게는 식구다.
제주도민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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