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해 1년도 안된 새내기 며느리입니다.
이제 겨우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새댁이 할 말은 아니지만
결혼하니 왜 다들 명절이 싫다는지 알겠더라구요
각 며느리의 위치와 처한 상황에 따라 할 일들은 천차만별 일테지요.
아마 각 며느리들 입장 풀어 놓고 얘기하라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남자들 그럽니다.
"하는 일도 없는데 뭐가 힘드냐? 우리 집처럼 일 안하는 편한 집이 어딨냐?
니가 덜 힘들어봐서 그렇다. 우리 어머니가 널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가족들끼리 지내는 데 뭐가 그렇게 불편하냐?"
사실 틀린 얘기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남자들은 절! 대!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지요.
며느리는 어쨌든! 며느리라는 겁니다.
저요? 저 정말 시집 잘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님, 가족들.... 너무 잘 해주십니다.
(자세히 쓰고 싶어도 개인사정 인지라...)
명절 분위기만 나열하자면
우리 남편 막내고, 제사도 안 지냅니다.
남자들끼리 산소만 간단히 다녀오고
명절 음식 따로 없이 해 먹고 싶은 음식 대충 해 먹습니다.
주로 고기, 전, 샐러드, 잡채 등등....
그런데도 지난 설 명절 지내며 밤에 나도 모르게 남편 품에 안겨 서러워 울었더랬죠.
제가 그렇게 서러움에 울었던 이유 아마 말하지 않아도
모든 며느님들 다 이해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동감 하실 거라 생각하며 넋두리 하듯 글을 올려 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어머님은 우리 엄마가 아닙니다.
말 한마디도, 행동 하나하나도 우리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편하게 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기분 상하시진 않을까, 내가 실수 한 건 아닐까, 내 뜻은 그게 아닌데
버릇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그로 인해 우리 친정이 욕보이는 건 아닐까
늘 노심초사해야 합니다.
그게 며느리 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시댁 가족들이 티비 보며 다리 뻗고 앉아, 혹은 누워서 하하 호호 웃고
편하게 쉴 때 나는 다리 한 번 맘껏 펴지 못합니다.
허리가 아파도 허리 한 번 두드리지 못하고, 다리가 아파도 다리 한 번 주무르지 못합니다.
한 일도 없는데 힘든 거 티낸다고 할까봐 몇 시간을 전을 부쳐 몸이 쑤셔도
나는 씩씩한 척 해야 합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오랜 동안 지내온 시댁 식구들 지나간 일 재미있었다는 듯 추억 이야기 할 때,
혹은 아이들 얘기, 남편 얘기할 때
저는 할 얘기 없나 생각하며 틈을 봐서 이야기 합니다. 그 마저도 길게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말도 적당히 해야죠.
할 말 없다고 안하고 있으면 내가 심퉁 부리고 힘들어서 그런 줄 압니다.
이야기 들으며 웃어줘야 하고 적당히 말도 해야 합니다.
그 말 역시 그 누구의 마음에도 거스르지 않아야 합니다.
시댁 식구 그 누구에게도 실례가 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조카들 비위 맞추며 열심히 놀아주기도 하고, 동시에 일도 해야 합니다.
욕하거나 도가 넘게 까부는 것도 받아줘야 합니다.
시댁 식구들 그렇게도 까부는 조카들 아무리 버릇없이 굴어도
하하호호 예쁘다 혼낼 곳이 어딨냐 칭찬만 하십니다.
나도 내 자식 낳으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어른들 속에 또 어른인 조카들... 정말 힘들고 또 힘듭니다.
그래도 절대 힘든 티, 싫은 티 내면 안됩니다.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싫은 티 내면 니 자식 아니라서 그런다고 서운해 하실까봐
더 잘 해줘야 합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우리 집에서 30년을 자랐습니다. 우리 엄마한테 보고, 듣고, 배운 게
다 당연하고 정상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내가 배운 게 배운 게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는 게 아닙니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큰 것 까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기 까지 합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배우겠습니다. 아 그런 것이었군요’ 하고 받아들이고
시키는대로 해야 합니다. 내가 아는 대로 하는 것은 잘난 척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어머님, 형님, 시누이 부엌에서 오랜 경험과 살림의 노하우로 일하고 계실 때,
뭔가 도와 드리고 싶어도 할 줄 몰라서 뻘쭘하게 서 있고
평소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시댁 살림 어디에 뭐 있는지 몰라서
막상 어디에서 뭘 꺼내야 할지 몰라 싱크대 이 문, 저 문 만 열다가
어렵게나마 뭔가 도와 드릴 것 없냐고 물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듯
자신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일하실 때
나는 그야말로 세상에 혼자인 듯 외롭고, 비참하고, 불쌍하고, 비참해지는 기분...
그래도 웃으며, 내가 못하니까 참아야 한다며 이런 기분 느끼면 안 된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그게 며느리입니다.
나는 며느리입니다.
시댁식구들과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정 식구와 있는 시간을 짧아집니다.
친정 간다 소리 제 입으로 먼저 꺼내는 거 엄두도 못 냅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 소리 언제해주시나 마음속으로 기다리기만 합니다.
눈치 없는 신랑은 갈 생각도 안 합니다.
직장에서 특근한다고 안하면 다행이죠. 그걸로 감사해야 합니다.
엄마한테 문자가 와 있습니다.
“보고 싶다. 언제 오니?”
아마 가족들 다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눈물이 왈칵 고입니다.
누가 못 가게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저는 친정에 가는 게 꼭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친정간단 말도 절대 먼저 못 꺼냅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명절이 싫은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그보다도 더 힘든 일도 하고 야근도 하고 몸이 부서져라 일합니다.
그래도 직장에는 부족해도 늘 내 편이 되어주는, 나를 이해해 주는
마음이 맞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는 어려운 얘기도 나누고 술 한잔도 합니다.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인정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 하고 이해해 달라고 하고 쿨 하게 서로를 이해합니다.
니가 나고 내가 너입니다.
그런데...
시댁에만 가면 외로워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자꾸만 나는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는 생각이지만,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그 외로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고듭니다.
이 글 보시는 시댁 식구들....
너무너무 서운하다 하시겠지요.
그렇다고 시댁 식구들이 못했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친정엄마처럼 따스히 잡아 주신 손 잊지 못합니다.
내 편 되어주며 동생 흉 봐주신 것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일머리 없는 저를 타박 안하고 늘 이해해 주신 것 그 만큼 넓은 마음 없지요.
그런데도 며느리들은 외롭습니다.
그래서 명절이 싫습니다.
나는 명절이 싫습니다.
참 못된 며느리입니다.
그게 며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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