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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길 저쪽....



오랜만에 금악성당 인근 길을 다시 찾았다.

태풍이 지나고 난 후 처음 칮은 길인데 수많은 나무의 가지들이 베어져 있고

왕복 2차선 길에 가끔씩 차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새미동산 뒤편 새미소 오름(?)에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곳에 벌초를 하러 온 이들의 차들이다.

이곳 묘지에는 정식 이름이 아닌 '꽃분이 할머니 묘'라든가 어느 어느 할머니 등의 묘비명이 있다.

한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했던 노부모 제주도 버리기가 유행할 때 버려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묘지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길에 차를 세우고 벌초를 준비하는 이들의 대화도 조상묘를 벌초하러 온 이들같지않아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그 생소한 묘지에 대해 의아해할 때 인근에 사는 주민이 그런 말을 해주었다.

버린 자식이 원망스러워도 자식에게 누가될까 기억이 없는 사람처럼 입을 다물고 살다 가시기에

이름도 없이 묻힌 노인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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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다,

하늘까지 이어질 듯 뻥 뚫린 길은 이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운전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서 길을 약간 구부려 놓는다고 하지만

걷는 나에게 구부러진 굽이길은 시야 저쪽 보이지 않는 길이 늘 궁금하다.

한발자국 더 내디디면 그만큼 호기심이 줄어들지만 또 그 다음 보이지 않는 굽이길 저쪽이 궁금하다.

언뜻 참 나는 그렇게 살아왔구나...싶다.

뻔한 굽이길 저쪽에 혹시 내가 모르는 희망이 있을까 기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반백이 넘는 세월을 걸어왔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또 걷고 걷겠구나....

 

제주도에는 유독 밭에 묘지가 많다.
-어떤 이는 돌이 많은 곳이라 흙이 많은 밭에 묘를 쓴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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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키우는 목장이 많은 이곳 이시돌 목장 초지에 차가 서있고 벌초를 하는 이들이 보인다.

부모, 혹은 조부모의 묘일 것이다.

벌초 짬짬이 후손 곁에 떠도는 조상과 대화하는 듯 먼산 보기를 하는 이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 찾는 금악성당 인근의 길은 1km남짓이지만 제법 굽이가 몇곳 있는 곳이다.

그 굽이 길을 지나면 갈랫길이 나온다.

곧장 가면 버스도 다니는 길-

왼쪽으로 돌아서면 말(馬)과 말을 나누는 길-

 

....길은 늘 거기 있지만 하루하고도 매 시간 매순간이 다르다.

...인생도 모두에게 같은 삶같지만 매시간 매순간이 달라 같은 학교를 나왔어도

지금은 서로 다른 길위에 서있듯 그런 것이 아닐까?

 

나는.....구빗길을 보면 가슴이 아직도 뛴다.

저 굽이를 돌면 아직 내게 오지않은 행복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고있기에.....

 

생은-

길 저쪽에 아직 내게 남은 행복이 기다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사는 거 아닌가?

 

 

제주도민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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