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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흰둥이와 껌둥이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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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07 08: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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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7
지지난 5일장에 제주도에서 흔히 보는 흰둥이 한마리를 사왔다.
생후 55일되었다는 놈은 눈이 참 이쁘다.
집에 올 때까지는 눈만 초롱초롱 빛내며 얌전히 있더니.....
집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천방지축 날뛴다.
서울에서부터 함께 살던 "미소"라는 9년생 개는 이놈의 등쌀에 못이겨
밀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가출을 했고 그 공백을 채우기위해
지난 장날 오일장에 갔다가 닭 6마리, 오리 2마리를 사면서
생후 45일 되었다는 검둥 강아지를 사왔다.
똘망똘망 천방지축 날뛰던 흰둥이와는 달리 저러다 죽는게 아닐까 걱정되던
껌둥이는 첫날밤 밤새 울더니 다음날 호랭이가 주는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아니...차리기가 무섭게 새로운 식구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들의 관심 쏠림에
샘을 내는 듯 찝쩍거리는 흰둥이에게 대항을 한다.
덩치가 배이상 차이가 나는 힁둥이와 껌둥이의 서열 다툼은 기가 막히다.
덩치에 밀리는 것이 안쓰러워 "깨갱!"할 때 한번 도움을줬더니....
줄(?)을 잡은 듯 묶여있는 흰둥이 보라는 듯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틈만 나면 희둥이가 묶인 줄 앞까지 다가가 약을 올린다.
결정적인 건.... 먹다 남긴 뼈다구를 두놈한테 나눠주었는데
껌둥이놈이 흰둥이가 먹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낼름 빼앗아 간다.
가뜩이나 눈에 가시같은 놈이 자기 먹을 걸 뺏아갔으니 너그럽게 넘어 갈 흰둥이가 아니다.
....어차피 개들은 서열을 정해야 조용해진다길래 싸우도록 놔뒀다.
약 30분이다.
흰둥이놈은 그래도 큰놈답게 여유를 가지고 크게 상처가 안날 부분만 공격하고
껌둥이놈은 죽기살기로 반항을 한다.
....도저히 결판이 날 것같지가 않다.
지켜보기도 지루해지면서 두놈을 떼어 놨더니....
분을 못이겨 씩씩대던 껌둥이놈은 주는 물도 거부한 채 궁지에 몰렸을 때
돕지않은 주인이 못내 서운한 듯 외면하더니 폭 고꾸라져서는 헐떡인다.
장장 30여분의 사투(?)였다. 적어도 껌둥강아지에게는....
사투가 끝나기 무섭게 바람이 거세진다.
중국 상해쪽으로 북상할 거라던 태풍 무이파가 진로를 동쪽으로 바꿨단다.
상해에서 동쪽이면 제주도, 그것도 내가 사는 쪽으로 온다는 얘기다.
하아~ 아직 나는 준비가 덜되어있는데....
휴가를 받아 제주도로 온 동호회 후배는 이틀동안 아무데도 가지않고 집에 머물렀다.
20번쯤 왔는데 따로 가고싶은 곳도 없다며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는 과수원부지를
둘러보며 바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렇게 한갓지게 쉬는게 진짜 휴가라며
외출하는 것도 싫다더니 강아지 두마리의 서열 다툼을 지켜보고는 재밌어 했다.
닭을 몰아 닭장에 가두는 것을 돕고 오리를 몰아 우리에 가두더니 쉬겠단다.
방풍림으로 농장 주변에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을 보고는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잠시 눈을 붙히는데 안방의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에 깼다.
강아지 두마리가 걱정되서 나가려고 보니
현관앞에 두놈이 배를 깔고 사이좋게 누워있다.
흰둥이놈은 두손으로 잡아도 대가리와 뒷다리가 남을만큼 크지만
껌둥이는 한손으로 잡아도 대가리가 겨우 삐져 나올만큼 작은 덩치다.
바람에 늙은 밤나무 가지가 또 부러졌다.
바람이 들어올까 봐 잠가둔 유리창이 맟 숨을 쉬는 듯 바람에 헐떡인다.
무섭다.
태풍, 태풍 하지만 이런게 태풍이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사는 비도 많이 오는 곳도 아니고 지난 태풍 망온때도
뭐야, 이게 태풍이야? 할 정도로 별 탈없이 지나갔는데....
와~ 이번 놈은 정말 무섭게 바람을 몰고 온다.
여객선은 이미 전날부터 운항이 금지되었고 비행기도 아침 7시경
1대가 겨우 뜨고 나머지는 모두 결항이란다.
"형 3시부터는 아직 결항이 아니래요."
택시를 부른 후배는 밤새 유리창이 숨을 쉬는 것을 본 탓에 질린 듯 무조건 가겠단다.
후배를 배웅하고 들어오는데 현관에서 나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집안으로 들어올까봐 중간문을 닫아두고 현관 문을 닫았으니 밀폐된 공간에서
흰둥이와 껌둥이는 특유의 개냄새에 오줌을 싸댄 바람에 더 둘 수가 없다.
그동안 제주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폭우며 폭염이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살만했다.
흰둥이가 평화, 껌둥이가 전쟁쯤의 대명사라면 -색깔론으로 -
그동안 안이하게 평화를 누려온 나는 제주 특유의 자연 재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태풍 무이파는 내일까지 제주도를 헤집을 거란다.
작년 추석, 화곡동을 헤집어 놨던 폭우가 생각난다.
그래, 뭐 견딜만큼만 시련을 주고 점점 더 단련을 시키는 게 그 양반의 주특기이니까....
흰둥이와 껌둥이를 계단밑 공간에 같이 몰아 넣었다.
둘이 있으면 또 싸울까...걱정했는데 외부의 환경이 싸울 조건이 아님을 아는지 조용하다.
거의 20시간 가까이 서울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바람을 겪었다.
앞으로도 얼추 그만큼 더 버텨야한다는데..........
아이고~~~
이젠 그만 좀 지나가라, 무이파야.
제주도민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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