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마트에 가서 문구진열대를 지나치게 되었다.
노란색의 샤프펜슬이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아 잠시 집어들고 추억에 잠겼다.
마치 어린 시절에 보았던 노란색 연필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에는 노란색 미제 연필은 부의 상징이었다.
육각형의 노란색 몸통과 끝에 달린 빨간색의 지우개 그리고 검정색으로 인쇄된
US Government Property 로 기억되는 글자는 품질이 좋은 미제연필의 상징이었다.
어떤 칼로 깎아도 연필의 결이 아주 부드럽게 잘 깎였고,
연필심의 흑백농도와 강도도 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지우개가 달린 국산연필은 자주 지우개가 빠져나가기 일쑤였는데 반해
미제연필은 지우개가 다 닳아질 때까지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연필에 지우개가 달리지 않은 연필도 많았고,
연필에 각이 없이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툭하면 책상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늘 지우개와 연필을 동시에 손에 쥐고 필기를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나는 그 시절 주로 작은 낙타무늬가 새겨진 낙타표 문화연필과 동아연필을 사용했던 거 같다.
연필깎이 칼은 주로 아버지가 쓰셨던 안전면도기의 면도날을 닮은 한쪽만 날이 있는 안전면도날이나
아니면 다소 조잡하게 양면 면도날을 두동강 내어 생철에 끼워넣고 날집을 붙인 접이식이나
플라스틱 뿔딱지에 면도날을 붙인 조잡한 연필칼을 사용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도루코에서 보다 안전하고 쓰기 좋은 칼들이 생산되었지만...
부잣집 아이들은 수동식의 미제 자동연필깎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기계 가운데에 연필을 꽂아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연필이 깎이는 신기한 기계였다.
요즘은 연필을 꽂으면 알아서 저절로 돌아가는 전기식 자동기계까지 나왔지만...
가끔씩 부모님께서 "공부 잘 하라"며 연필을 깎아 주시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연필은 나무의 질도 형편없이 나빠서 칼로 연필을 깎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쪽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가끔씩은 칼날이 옆으로 나가며 손가락을 베이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학교앞에서 팔던 무허가 연필제작소에서 만든 코팅되지 않은 맨살의 연필들이 그랬다.
어느해인가, 내 짝꿍이었던 아이가 가정형편상 그런 연필을 주로 사용했는데,
툭하면 연필을 깎다가 손을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글씨가 잘 써지지 않아서
연신 연필심에 침을 묻혀가며 글씨를 쓰기도 하고 더러는 공책의 종이가 찢어지기도 하였다.
그걸 방지하느라고 공책밑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책받침이란 걸 받혀놓고 글씨를 쓰던 시절이었다.
질나쁜 맨살의 연필을 팔던 학교앞의 가판 아저씨들은 하교길의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베니아판을 세워놓고 연필심으로 판을 찍어가며 연필심의 강도가 세다고 목청을 높이곤 하였다.
또 누구나 할 거 없이 연필을 쓰다가 연필이 짧아지게 되면
모나미 볼펜의 볼펜대에 맞추어 머리쪽을 잘라 맞춘 후에 끼워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필통 속에는 으례 긴 연필과 짧은 몽당연필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시골살던 아이들은 볼펜대 대신에 할아버지들 곰방대나 붓대 만드는 나무통을 사용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요즘은 모든 게 너무 풍족하다보니 그 옛날처럼 코팅되지 않은 연필이나,
잘 써지지가 않아서 침을 묻혀가며 공책을 찢어가며 어렵게 필기하는 아이들도 없고,
더더구나 몽당연필을 붓대나 볼펜대에 끼워서 쓰는 아이들은 없는 거 같다.
대부분 품질좋은 연필이나 샤프펜슬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오늘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란색의 샤프펜슬을 보고 그 옛날 미제연필이 연상되어
두서없이 연필에 대한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에 잊기 전에 몇자 적어본다. 
추억의 몽당연필...
- 10403 휘유회 홍진표 블랙잭 2011-04-22
- 10402 휘문70회 전덕식 치매 예방 비법 2011-04-22
- 10401 휘문69회 송승범 [의정칼럼] 시의원은 봉사직이다 2011-04-22
- 10400 대전 충청지부 김홍수 4월 당구회 후기 2011-04-22
- 10399 휘선회 이순실 연필에 얽힌 추억 2011-04-22
- 10398 휘문69회 백창현 공인영 동기 대통령 표창 받다 2011-04-22
- 10397 한티산악회 조한혁 굴봉산후기! 2011-04-22
- 10396 휘문72회 최영호 교우회보 못 받은 친구있냐? 2011-04-22
- 10395 휘선회 이순실 하늬바람 2011-04-21
- 10393 휘문60회 나영길 배꼽잡는 현수막 2011-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