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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월

(시) 오월

시인 신 성 수

 

얇은 내복을 몰래 입고

새벽 미사를 다녀온 오월의 첫 아침

내 발자국 소리를 들은 봄꽃들이

잠에서 깨어 수군거리다 웃기 시작하였다.

저 꼴 좀 보라고

올봄 유난스런 날씨는

거기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냐고

이 자연을 그대로 두기만 했어도

오월에 내복이라

수군거리던 꽃들이

허리를 젖혀 가며 웃기 시작하였다.

나는 얼른 귀를 막고 숨을 곳을 찾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여린 봄꽃들의 눈빛이 살아서 무서웠다.

뭐 하나 자연 앞에 당당할 것이 없으면서

꽃들의 새벽잠을 깨우고

겨우 변명 거리나 떠올리다

이젠 그마저 신통한 구석이 없는

그해 오월 첫날

뉴스에서는

올해는 봄 없이 여름을 맞는다는

103년 만의 특종

 

호외다.

 

미사를 드리고 집에 들어서다

주춤거렸다.

계단 양쪽에 둔

화분들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것이었다.

 

물러서야 하는데

뒤를 돌아다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살려고 하는

버둥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