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와 김훈 선배
🧑 이율영
📅 2004-07-10
👀 344
\"김 훈
< 밥벌이의 지겨움 > 중에서
내가 사는 마을은 한강 맨 아래쪽 물가다
여기에 이르러서, 강은 넓어지고 산은 멀어져 하늘이 트인다
저녁마다 서해에서 번지는 노을이 산하에 가득찬다
물가의 넓은 갈대숲에서 오리들이 겨울을 난다
지금은 무성한 여름풀이 강물에 젖어있다
이 마을에서는 멀리 보기가 좋고 눈이 편하다
하류의 강은, 늙은 강이다
큰 강의 하구 쪽은 흐려진 시간과 닿아 있고
그 강은 느리게 흘러서 순하게 소멸한다
흐르는 강물 옆에 살면서 여생의 시간이 저와 같기를 바란다
나는 이 물가 마을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녁나절을 보낸다
이제, 시간에 저항할 시간이 없고, 시간을 앞지를 기력이 없다
늙으니까 두 가지 운명이 확실히 보인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벼락치듯 눈에 들어오고
봄이 가고 또 밤이 오듯이 자연현상으로 다가오는 죽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 두 운명 사이에는
사소한 상호관련도 없다는 또 다른 운명도 보인다
공원에서 아이들은 미끄럼을 타고 그네를 타고 흙장난을 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탄다
노는 아이들의 몸놀림과 지껄임은 늘 나를 기쁘게 했는데
혼자서 바라보는 자의 기쁨은 쓸쓸하였다
날이 저물면 저녁밥을 차려놓은 젊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불러갔다
아이를 부르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플루트의 선율처럼 저녁의 허공으로 떴다
나는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빈 공원을 감당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내가 앉은 마루 밑에는 쥐들이 살고 마당 모과나무 잎 속에서는 새들이 산다
쥐들은 수돗가에 나와서 놀고 새들은 가지를 옮겨 다니면 논다
쥐들은 민첩하고도 경쾌하다
쥐들의 동작은 생명의 긴장으로 가득 차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가지에서 지껄이는 새들도 그러하다
쥐가 구멍으로 들어가고 새가 날아가고 나면, 바라보던 나는 마루에 남는다
하루의 시간이 흘러서, 아침과 저녁의 냄새가 바뀌고 빛의 밀도가 성기어진다
천지를 가득 메운 대낮의 빛들이 사위는 저녁에는
숲의 안쪽까지 잘 들여다보이고 숨쉬기가 편해진다
빛이 성긴 저녁, 사물의 안쪽은 드러나는데
그때 대낮의 빛들은 모두 하늘로 불려 올라가 한강 어귀의 노을로 퍼진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빛과 노을과 쥐와 새에게로 건너가지 못하고
마루에 주저앉아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저물어서 강가에 나가니
내 마을의 늙은 강은 증오조차도 마침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 비틀거림은 대수로운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리하여 나는 말할 수 있는 것들
말하여질 수 있는 것들의 한계 안에서만 겨우 말하려 한다
그 작은 자리에서 모르던 글자를 한 개씩 써보면서
나는 말더듬이를 닮으려 한다
그리고 그 한계는 점점 좁아진다
다행한 일로 여기고 있다\"
다음은 알럽 휘사방에 제가 올린 글을 옮깁니다
우연인지 \'밥벌이의 지겨움\'을 쓰신 \'김 훈\' 작가에 대한 글을 어느 구석에선가 읽고 놀랐습니다.
이왕 이런 기회에 제가 알고 있는 작가 \'김 훈\'과 그의 작품에 대해 몇자 적어 볼까합니다.
작가 김 훈은 저의 고교 선배되며 기억될런지 모르지만 \"왕룽일기\' \'똠방각하\"등을 쓴 \'김 원석\' 작가와 동기(58회) 동창입니다
김 원석선배와는 무척 가까워 자주 한잔씩 걸칩니다 ㅎㅎㅎ
김 훈 선배는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으며 사회 생활은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오래하다 \'시사저널\' 편집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 작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훈 선배의 대표작은 2001년 동인 문학상을 받은 \"칼의 노래\"일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칩거중에 탐독했다는 책중에 한권입니다
또한 금년엔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작품은 단편 <화장>으로,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회사의 부하직원,
두 여자를 사랑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심사를 맡은 김성곤 서울대 교수는 \"병들고 시들어 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이처럼 적나라하고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는 아직 없었다\"고 평하면서 \"한국 문학사의 커다란 성과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 읽어 보세요.저도 이 책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김 훈의 칼의 노래\'는
임진왜란의 사건들 속에 이순신이라는 개인을 살아움직이는 존재로 표현한 책.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일관된 시점을 통해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무의미와 그것의 폭력성,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무장으로서의 고뇌,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꼼꼼한 전투 준비와 전투 와중의 급박한 상황,
풍경과 무기, 밥과 몸에 대한 사유들이 채색됩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순신은
우선 칼의 삼엄함과 무(武)의 단순성이 최고도로 발현된 개념적 인간입니다.
얼핏 \"아름다운 한국어의 밭\" 김훈선배의 문체는
이순신의 이미지와 필사적으로 대결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극도로 통제되고 절제된 이순신의 생의 국면을 끌고가는
김훈선배의 문체는 실존적 사유는 물론 집중력에 있어서도
전범을 찾을 수 없는 정도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책머리에 쓴 김훈 작가의 글을 소개 합니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 삼도수군통제사 신(臣) 이(李) 올림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여러 번 갔었다.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 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문학기행 1·2」「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원형의 섬 진도」
장편소설「빗살무늬토기의 추억」등이 있으며,
외국 문학을 여러 권 번역했습니다.
그에게는 생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생의 긍정을 배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이 따르고 있습니다
\"칼의 노래\'는 정말 제가 권하고픈 책 중에 하나입니다
이상은 알럽 휘사방에 올린 글입니다
- [993] 김세형 3게임 연속 5회 콜드게임勝 !!! 2004-07-11
- [992] 장병인 제주지부모임알림 2004-07-10
- [991] 이율영 \"칼의 노래\"와 김훈 선배 2004-07-10
- [990] 장용이 대붕기 전국고교야구 SBS스포츠 생중계 2004-07-09
- [988] 장용이 대붕기 전국고교야구 소식 2004-07-09
- [989] 장용이 대붕기 스타 휘문고 임도희 2004-07-09
- [987] 송용필 고양 파주 동문 모임에 관한 건 2004-07-09
- [983] 교우회 대붕기야구대회 대진표 2004-07-08
- [981] 유승호 74회 동창회 공지 2004-07-08
- [985] 김학배 대붕기고교야구 주엽고전 승리!!! 200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