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連作
시인 신성수
1.미루나무 꼭대기에 미루나무가 걸리다.
나는 어렸을 때 미루나무 꼭대기에는 조각구름이 걸린다고 배웠고 그렇게만 기억하며 자랐다. 물론 거짓말이다. 노랫말로만 알았지 조각구름을 본 일도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참말 하나를 전하려고 한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간나면 의정부시 서부로 545번지로 와 볼 일이다. 직장 상사께서는 ‘서부로 오세요.’라고 주소를 알려 준 일도 있다. 여하튼 거기 도착하여 독립문 형상의 교문을 지나 오르면 오른편 건물 하나가 있고 그 건물 앞에 허리 아랫부분만 남은 미루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이다. 그냥 지나쳐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다. 고개를 쳐들고 녀석의 잘려진 허리 윗부분에 시선을 고정해 볼 일이다. 오오 놀라운 일이다. 허리 위에 새살이 초록으로 짙푸른 초록으로 여리지만 우뚝 서 있지 않느냐 말이다. 보아라, 왜 웅장하던 미루나무를 잘라냈는지는 모르지만 나무는 말없이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나무가 잘려져 운동장에 누워 마지막 숨을 고를 때 그래도 내가 시인이라면 한 줄 조문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나무가 다시 제 스스로 새살을 드러낸 후에야 이런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 편하자고 나무든 자연이든 아무 거리낌 없이 내던져 버리고 나 몰라라하는 그런 부끄러운 사람이라는 말이다.
2. 枯死木 을 베어내다.
아침부터 방송이다. 부산하다. 아이들 교실에 단단히 앉아 있으라 한다. 오늘은 뒤편 계단을 잠급니다. 불편을 감수하세요. 나는 달력을 보았다. 15일도 아니고 민방위도 아니고 무슨 일일까 교실 밖으로 나가 창문을 통해 뒤편 언덕 위를 바라보았다. 거기 이름이 뭐라 하더라. 크레인인가 무엇인가 하는 우뚝한 것이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무언가 그것을 움직일 인부 몇 사람이 분주하였다. ‘오늘 고사목들을 베어 내고 나무를 솎아내는 일을 할 것입니다. 위험합니다. 위험.’ 아하 그랬구나. 뒤편 언덕 위 큰 나무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었고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있어 늘 보기 흉한 것이 사실이었다. ‘우웅’ 기계음이 넉넉해지더니 금세 그만이었다. 나무들은 잘려지고 뿌리마저 뽑히어 이사를 갔는지 글자 그대로 고사되었는지 뒤 언덕은 그동안 큰 나무들 사이에서 불만을 참아가면서 살았을 작은 나무들이 크게 웃고 넉넉하게 숨 쉬는 것도 보였고, 여린 싹들도 힘껏 고개를 들도 오랜만에 햇살을 담는 것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시원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참 그쪽을 향하여 시선을 고정해 있다가 차츰 궁금한 것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새들은 어떻게 날아와 제가 앉았던 나무를 찾으며 빗발이 굵어지면 작은 나무와 여린 싹들은 누가 막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든 하늘을 보았다. 다행히 청명하였고 가을은 넉넉하게 깊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휴우’하고 돌아섰지만 등 뒤가 오랫동안 간질간질하였다.
-‘효자손’ 만드는 메이드 인 차이나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애들 같은 생각을 하다
3. 이런 시는 급히 쓴다.
세상을 살면서 무엇이든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빌어야 한다. 누구 탓이 아니고 내가 그랬다고 바로 말해야 한다. 특히 사람 상대가 아니고 자연이 그 대상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자연물들이 아무리 말을 못한다고 해서 생명마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이라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연을 쉽게 없이 여긴다면 그것은 정말 아닐 것이고 잘못이 있다면 빌어야 한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물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거기 대표들도 불러 한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이야기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임의대로 사람 편한 대로 다 저질러 놓고 자연물들은 그저 이해하라 말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일 것이다.
급히 생각을 정리해서 쓰다. 나는 나무를 결코 외면한 일이 없으며 자연물들을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근사한 변명이다. 울기 좋은 새벽, 다행히 식구들은 잠들었고 햄스터만 하루를 시작한다. 텔레비전에서 일요일 경마가 시작되려고 한다. 거기 죄 없는 말 여러 필이 가엾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옆에 리모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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