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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체험활동(수학여행) 다녀와 적은 시입니다.

(기행시)

 

열여덟, 그 찬란한 꿈을 키우다.

- 강원 남부권 체험활동을 다녀와서

(2011.9.6~8)

詩人 신 성 수

 

 

 

 

 

 

1.

대관령

 

거기 설익은 가을이

제 신명에 지쳐 누워 있다.

자연은 저렇게 그대로 두면 좋은 것

사람으로 인해서

자연은 늘 힘겹다.

 

그래도

또 내어주는 산

무릎 굽히고

낮추고 보라고 한다.

 

멀리 동해다.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라고 소리친다.

 

드문드문

잠에서 깨는 아이들도 있고

소란하던 이야기도 내려놓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열여덟 살 꿈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머언 동해로 향한다.

 

2.

추수

 

지난 여름

얼마나 마음 상하였을까

속 살점 같은 농작물들

야위고 비에 쓰러져 가던 날

초가을 오후

가을이 들었다고

몇 날 좋은 볕 받아

익은 것들을 거두는

농민들

겸허한 자세로 자연에 감사하는

거룩한 모습

담는다.

 

아이들의 눈빛이 좋다.

차창으로 잠시 지나지만

자연의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얼굴도 있었다.

 

3.

추암해수욕장

 

누군가의 시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바다는 왜 말이 없느냐고

 

그렇게 모질게 아프도록

파도는 바다를 쥐고 흔드는데

바다는 왜 제 속살을 내어 주기만 할까.

 

 

거기

바위가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머언 수평선

그곳을 받든지 얼마나 되었을까

바위 곁에 조심스럽게 서 본다.

파도는 등 뒤에 있고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알 수 없는 두려움

 

4.

소망의 탑

 

급한 걸음으로 올라

하나 둘 셋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소망을 담아 보다.

발자국이 남았으면

큰 일이다 큰 일이다

하면서 돌아선

오후.

 

5.

竹西樓

 

거기 올라서서

강을 향하다

사라진 것들 잠시 떠올려 본다.

시간, 역사, 사람들

모두 멀다.

아이들이

누각 안을 걷는다.

조심스러운 걸음걸이가 의젓하다.

돌아서는데

문득 웃음이 일다.

 

6.

레일바이크

 

바다는 많이 속상했으리라

낮잠이 들 만하면

파도는 빠른 달음박질로

달려왔다가 물러나고

아이들마저

힘껏

페달을 밟는다.

바다야

잠을 깨워 미안하구나

그러나

아이들

꿈을 향한 출발이다

보아라

언제까지고 너를 담을 아이들이다.

너를 지켜갈 소중한 힘이란 말이다.

 

7.

태백을 향하다.

 

너와집 드문드문 살아 있고

여름날 참으로 두리번거렸던

해바라기도 좋은

태백 가는 길

잠든 아이들 꾸는 꿈은

무엇을 담았을까.

청정한 계곡은 살아서 바다로 향하고

해거름에 본 바위는

침묵의 의미를 가르치다.

 

 

8.

청령포

 

그때

어린 단종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청령포

휘감고 흐르는 물과

지천으로 하늘 받들고 선

소나무들은 말이 없다.

 

단종의 발자국을 헤아리다

한 걸음 물러서 보다.

 

거기

아직 남은 눈물이 있었다.

 

아이들

걸음걸이도 숨죽이다

 

배마저 뭍으로 향하면

단종의 한은

이 가을에 더 외롭지 않으랴.

 

9.

고씨굴

 

억년 침묵으로 동굴은 살아있었다

한 걸음 내딛기도 조심스러운

나아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도

놀라는 아이들

자연은 늘 경이롭다

돌아나오고 나서

발자국을 지우지 못해 부끄러웠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한참 궁금하였다.

 

10.

래프팅

 

급한 걸음이다.

따가운 햇살도 멀다.

웃음이며 힘찬 숨소리

모두 넉넉한

출발

꿈을 향해 저어 나가는

어떤

하나 됨.

 

11.

장릉

 

왜 단종은 말없이 누웠는가

아이들

멀리 장릉을 우러르다

역사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늘 살아 있는 가르침임을 깨닫는다.

가을비 잠시 흩뿌리다 멈추는

여기 장릉

아이들이 자란다.

 

12.

선돌, 한반도지형

문득 바람이 성큼 다가온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맞는다.

한 발 물러서서 우러르라는

자연의 엄숙한 가르침

아이들에게 너무 내려가지 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해 본다.

 

거기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