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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제의 6억짜리 눈물 - 신문기사 퍼옴
(클릭, 청룡 야구) 김명제의 6억짜리 눈물   전광판의 시계는 10시26분. 휘문고 에이스 김명제는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해 글러브를 마운드에 집어 던진 채 씩씩거리면서 덕아웃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덕아웃 앞 한켠에 무릎 뚫고 앉아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뒤 따라오던 3루수 임도희가 덩그라니 버려진, 주인 잃은 글러브를 챙겨 들었다. 우승후보라던 휘문고는 6-3으로 앞선 9회말 무려 4점을 내주고 한서고에 6대7로 역전패했다.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어린 후배들을 응원하던 머리 히끗히끗한 노년의 선배들도,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 어린 후배들도 멍하긴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자기 포지션에서 한참동안 고개를 떨궜고, 동문들은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표정으로 옛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6월6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이 벌어진 동대문구장에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중앙 본부석에는 `58회 1호, 58회 2호\'라고 적힌 흰 종이가 붙어 있었고, 그 앞에 앉은 휘문고 58회 졸업생들이 이날 응원의 중심이었다. 동대문구장의 야구 관계자들은 \'후배를 사랑하고, 모교를 아끼는 이런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휘문고는 졌다. 6-3으로 앞선 9회말 에이스 김명제를 좌익수로 돌리고 김우성을 구원투수로 투입하면서 경기가 이상하게 꼬이더니 결국 실책과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등이 겹쳐 땅을 쳐야 했다. \'왜 에이스를 바꿨냐\'며 감독을 힐난하는 노선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고 돌아서는 중년 부부, \'다음에 더 잘 하라\'고 격려하며 떠나는 동문 선생님 등 반응은 갖가지였다. 급기야 덕아웃 앞에선 감독과 선배들 사이의 볼썽 사나운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관중석에선 야구선수 학부모들과 동문들의 심한 언쟁까지 오갔다. \'결과를 놓고 왜 바꿨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휘문고 야구부 관계자는 조명탑의 불이 꺼진 텅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하소연하듯 이런 말을 내던졌다. 언제부터인가 학원 스포츠의 운영 주체는 학교에서 학부모로 바뀌었다. 학교는 최소의 경비만 지원할 뿐 전적으로 대부분의 경비를 학부모들이 내는 월회비와 각종 잡비로 충당하고 있다. 당연히 돈 낸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고, 그 돈 받아 생활하고 팀을 꾸려 나가는 사람은 위축되기 일쑤다. 감독은 한명의 선수라도 아껴 가면서 다음 경기를 대비해야 하고, 한명이라도 더 프로에 보내거나 대학에 진학시켜야 하는 사명을 떠안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때론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이 등장한다. 이렇게 이기면 누이 좋고 매부 좋지만, 지는 날에는 쥐구멍을 찾아야 한다. 김명제는 태양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인조 잔디에 얼굴을 묻고 승리팀과 인사하는 자리에도 함께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모든 승부가 끝난 것도 아니고, 깊은 자괴감에 빠질 일도 아닌 것을…. 분명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을 깨우쳤으면…. 원죄는 어린 선수나 코칭스태프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방치하고, 그릇됨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말해도 못 들은 척하는 행정 관료들과 이들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인과 그 속에서 늘 앞뒤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만 가르치는 모든 어른들이 `6억짜리 눈물\'의 주범인 것이다. < 전문기자 ch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