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저녁
🧑 최영철
📅 2004-04-27
👀 448
창백한 얼굴 하며 머리가 거의 다 빠진 모습의 명선생님이 우리 마을로 이사 온 건, 재작년 낙엽이 끝물이던 초겨을 쯤이었던 것 같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던 집사람이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했지.
그 분은 국회 입법심의관이셨다고 한다.
겨울을 지낸 후 얼굴이 많이 좋아지시더니 마당에 각종 꽃과 나무를 심는다.
개도 두 마리 키웠는데 한 마리는 얼마나 짖어대는지 새벽이면 그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우리 부부는 일찍 일어나야 했다.
참다못해 몇 번이나 찾아가려다가 집사람이 방사선 치료 하시는 것 같던데 괜히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옆집 사람이 항의를 했는지 그 개는 없어지고 다른 개가 들어왔다.
그리고도 또 코코스패니얼 한 마리가 더 들어왔다.
차츰 마당의 꽃들과 잔디가 망가져 갔지만 그래도 주인은 개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세 마리를 다 풀어 놓는다.
우리 집은 마을 가운데 있어서 위성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 전화 인터넷이나 거의 비슷했다. 거기다 자주 끊기기까지 하고...
결국 작년 가을에야 할수없이 명선생님께 부탁하여 그 집 지붕을 거쳐 우리 집까지 고속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인터넷이 불통이면 안 되지요. 얼른 놓으세요!\"
그 날 모니터를 보는 나는 하늘을 날 것 같았지...
올해 들어 마을을 산보하시는 명선생님을 자주 뵈었었다. 마당을 거닐다가,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에 밖을 쳐다보면 명선생님이다.
\"진돌이 정말 잘 생겼습니다.\"
개를 매우 좋아하셨다.
엊그제 한창 인터넷으로 벤처 때문에 씨름을 하는데 집사람이 부른다.
짜증 섞인 소리로,
\"왜 그래! 나 지금 바빠!\"
조금 후에 또 부른다.
명선생님네 개가 담 위에서 엊저녁부터 오도가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데 아무래도 갇힌 것 같다며 밤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귀찮아하며 가 보았더니 작은 개 코코스패니얼이 담 위에서 담장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좁은 틈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다.
조금 달랜 후에 내려놓자 좋아서 뛰며 내 주위를 맴돈다.
이틀 전 집사람이 어디선가 전화를 받더니 어두운 얼굴로 2층으로 올라온다.
\"명선생님이 어제 돌아가셨대요.\"
요즘 통 안 보이시더니 개가 밤새도록 울던 날 밤 병원에서 돌아가셨단다.
비에 젖어 떨어진 목련 꽃잎과 주인 잃은 마당이 말할 수 없이 쓸쓸하다.
명선생님네 지붕을 걸쳐 온 인터넷선이 차가운 봄비와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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