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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에서


                    봄바다에서

                                                                                         박재형

  유년의 기억 끈을 쥐고서 봄을 찾아 바다로 갔다.
 
거칠것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하늘과 바람과 바다를 숨쉰다

  반짝거리는 물비늘은
 
나를 속삭이고 북돋우며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방파제 끝에 초병처럼 서있는 빨간등대,
 
끼룩대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물결을 가르며 포구로 나가는 통통배의 모터소리는,
 
또 하나의 그림 같은 선물이다.

  소녀는 시간의 힘으로 찌든 삶의 때를 벗고
 
여자가 되어 일몰바다를 본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아름다운 사람으로 키워낸 아버지의 기억은,
 
그리움을 갖게하는 거리에 떠있는 동백섬에
 
붉은 사랑으로 피어있다.

  바람과 바다와 자연의 대화가 오가는 물가에
 
작은 생명의 무게가 요동치며 눈부시다.
 
그 옛날 할아버지가 잡아다준 은빛고기는
 
반짝거리는 기억으로 다가와
 
한순간 동일한 공간으로 가져가는 봄바다는
 
시간도 거스러는 모양이다.

  푸른하늘 수평선 끝에 아지랑이가 피어 하얗게 흐리다.
 
파도에 꺽이고 물거품이 되는 순간에도
 
인내와 단련의 소망은 빚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바위틈에 피어나는 봄기운은 우리를 격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