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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여,민초여(이홍규:한국정보통신대학 경영학부교수)
民草여, 民草여 [속보, 사설/칼럼] 2004년 03월 13일 (토) 15:19 그렇게도 말이 많더니 결국 이런 일이 오고야 말았다. 이 나라가 정말 달갑지 않은 ‘역사상 초유의 탄핵받은 대통령’을 보게 된 것이다. ‘있으되 존재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는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생활전선에서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는 민초들이 이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서 나라의 생존을 위한 ‘미로 찾기’까지 하여야 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혼돈 속으로 4천5백만 국민들이 몰아넣어 졌다. 지도자들이 민초들에게 네 편 내 편 줄서기 할 것을 강요하니 이를 피할 길 없는 민초들의 운명이 정말 가엽다. 예로부터 지도자들이 변변치 못하면 국난(國難) 오고 민초들은 고초를 겪기 마련이다. 이 땅의 민초들의 공업(共業)이 얼마나 크기에 왜 이리도 지도자 복이 없단 말인가?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혼란과 갈등이 여야의 정치권내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민초와 민초들 간의 혼란과 갈등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초들이 갈기갈기 찢겨 싸우는 일만은 막아져야 한다. 우리는 이미 근대역사에서 정치권의 권력투쟁이 어떻게 민초와 민초들 간의 갈등과 마찰로 전환되는가를 경험하여 왔다. 해방 후 좌우익의 대립 속에 목숨을 잃은 것도 민초들이었다. 좌가 무엇인지 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들이 권력투쟁에 휘둘려 서로서로 원수가 되었다. 군부독재세력은 영호남의 감정을 그들의 정쟁 속에 끌어들여 영호남을 견원지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소위 민주화 정치세력들도 그것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말하는 어휘가 다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 민초들은 다시 정치꾼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정치꾼들이 던진 지역주의의 미끼를 물고 있고, 잘못된 정서의 미끼를 물고 있다. 영호남이란 지역감정이 자신에게 떡을 주지 못하고 단지 몇몇 정치꾼들의 배만 불리는 일인데도 민초들은 그 감정의 포로가 되었고, 귀족과 서민, 핍박받는 사람과 핍박하는 사람으로 정서를 조작하는 것이 나라에는 너무 위험한 일인 데도 민초들은 그 정서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진보의 이념도, 보수의 이념도 아니고, 민초들의 ‘끼리끼리’의 정서를 부추기고 이용하려는 정치꾼들의 전략과 전술일 뿐이다. 그 사이 이 나라는 점점 더 자기와 다른 것이 원수같이 미워 보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자연은 이와 같이 서로 이질 적인 것을 미워하여서는 결국 망한다는 것을 인간에게 가르쳐 왔다. 동종(同種)간의 접목은 열성을 강화시키고, 이종(異種)간의 접목이 우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다. 소위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사람들에게 나눔을 베풀지 못해도 희망이 없지만, 못 가진 사람이 가진 사람들을 미워하여도 공동체에는 희망이 없다. 지역이 다르고, 당이 다르고, 출신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세대가 다르다고 미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결국 자기 자신의 희망을 짓밟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에 대한 미움이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 이 나라가 자랑하여온 포용과 사랑의 정기는 어디가고 미움과 배척의 기운만이 이 땅을 덮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부추기는 일만 하고 있다. 지식인들조차 지식인답지 아니하니 공동체가 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다. 이제 민초까지 민초답지 못하다면 대한민국 공동체에는 정말 희망이 없다. 사랑과 냉철한 이성이 아닌 미움과 배척의 정서로 이 대통령 탄핵정국의 문제를 본다면 이 공동체에는 희망이 없다. 사랑과 냉철한 이성으로 이 국가위기를 대승적 정치발전의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민초의 몫이다. 정서에 휩쓸리지 않고 무엇이 과연 국가를 위한 것이냐를 차분히 생각하여야 한다. 미움이란 정서에 민초들이 놀아나서는 이 땅에 히틀러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내’가 가진 미움을 밀쳐놓고 ‘우리’를 생각하여야 이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 임진왜란에서도 이 나라를 지켜 낸 것은 ‘나’를 버린 의병들이었다. 남자들은 창을 쥐었고 여자들은 치마폭을 부여잡고 성벽위로 돌을 날랐다. 왕과 대신들은 궁궐을 버리고 도망을 했지만, 민초들이 그렇게 나라를 지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