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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소리를 들은 새벽(71회 시인 신성수)

녀석

유월 아침을 깨운다.

날개짓 소리 들리는데

세상은 못 듣고 있나 보다.

내 발소리에 놀랐을까

새벽 안개를 지나

나는 강촌으로 향하고

녀석은 숨었다.

 

1.

얼마만인가

혼자 새벽 기차에 올랐다.

문득 포만감을 느끼다

허전하다.

뻐꾸기는 내 뒤를 따라오고 있을까

즐거운 떠올림

창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2.

북한강 위에 몇 마리의 백로들이 내려앉았다.

거기 녀석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야윈 발자국이 물 위에 선명하다.

발자국들은 어디로 걸어가고 있을까

기차가 향하는 방향을 알 수 없다.

기차 방향과 엇갈려서 흐르는 강

말이 없다.

 

3.

기차에서 내리다 깜짝 놀란다.

강촌역을 지키고 있는

닭들과 토끼가 더 놀란다.

두리번거리다가 소리를 질러 보려는

생각

 

4.

황골리 충의대교를 지난다.

이곳을 처음 만난지

스무 해가 지났다.

여기는 홍천강

어디쯤에서 강들은 만나서

안부를 물을까.

뻐꾸기가 더 빨리 날아와

찾아보라고 한다.

걸음을 서둘러 숲을 지난다.

남겨진 발자국들이 따라올까봐

무섭다.

고요한 아침 숲속이

평온하다.

 

5.

녀석도 잰 걸음을 멈추고

쉬는가 보다.

어머니 집에 도착하여

숨을 고르는 사이로

새벽 안개가 흩어진다.

연못 물 속에 큰 물고기가 있나 보다.

아침을 알리는 일어섬

엄숙하다는 생각

사람은 늘 작기 때문에

세상을 더 이기려고 하는가 보다.

 

6.

남은 매실을 따 버린다.

나무의 상채기는 헤아리지 않고

떨어져 누운 매실만 좋다.

뻐꾸기인지 알 수 없는

열매들의 상처 보인다.

괜히 연못에 던진다.

물 파장이 남을 사이도 없이

사리진다.

물고기는 왜 연못에 가두어졌을까

 

7.

비가 내린다.

심술이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기 서서 맞는다.

나도 젖고 뻐꾸기도 젖었을 것이다.

세상이 잠시 세수를 하는

홍천강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