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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추식 안 먹기!
세컨드 문형처사 임선원이 목동 자기 아파트에서 그동안 미루었던 잔치를 한다고 며칠 전부터 엽서가 오고 전화가 오고 하여 잔뜩 부풀은 기대와 함께 우리의 영원한 파킹랏 분당 율동공원에서 캐나다로 유학 간 아들때문에 오지 못한 수현이 마누라 덕에 세 끼 식사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는 풀죽은 수현이를 태우고 떠난 시각이 어제 오후 4시쯤, 수현이는 가면서 그저 만나면 쉰소리 해대는 몇몇 친구(이흥규, 차한규, 이세현, 한상기에다가 유수현, 나와 그 부인들)들에게 확인 전화를 하며 엽서로 온 선원네 집 길 안내에 대해 한참 궁시렁댄다. \"이거 이 나이에 술레잡기 하냐? 보물 찾기 하냐?\" \"야 빨리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남대추식(남은 음식을 대충 추려서 먹는 식사란다.)으로 때우겠다고 엽서에 써 있어.\" 나는 엽서를 받을 때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읽었기에 우선 점심은 바나나 하나로 때우고 알맞게 고픈 배를 안고 시간 늦지 않는 데에 온 촛점을 맞추고 있었지... 메뉴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우리 성질에 안 되재이... 결국 엽서에 써 있는 6개 표지판을 지나라고 되어 있는 미로찾기에 실패하고 조금 돌아서 들어갔다. 나는 먹을 요리 한 개 없어졌을까봐 안달을 하고 있었고... 깨끗하게 정돈된 환한 분위기의 마치 신혼부부 집 같은 선원이네 집을 찾아들어가자 가장 눈에 뜨인 것은 멋지게 차려진 상?만이다. 먼저 온 한규네는 명찰이 식탁에 안 붙어 있다고 투덜투덜 대고 있었고... 이윽고 메뉴판만 덩그러니 있던 상 위에 오늘의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지. 한규네가 나중에 메뉴판을 수거해 갔는데 이유인 즉슨 딸한테 교육시키려 한다나... 어쨌든 십여 가지 보너스 요리를 겸한 코스 요리가 줄이어 차례대로 상에 차려졌고. 우리의 촌넘들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는데 작전이 틀렸음을 조금 후에야 알아차렸다. 마지막 3 가지 정도의 요리를 앞두고는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지만 나는 끝까지 버텼지. 그래서 바나나 한 개로 점심을 때웠잖냐! 선원이 집사람이 요리사 자격증이 있고 이번에 맘 먹고 준비했다는 말은 배가 불러서야 들렸지.. 후식까지 새로운 메뉴판이 나오고 여기서 일행은 아주 질려 버렸어. 일행의 안주인들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어가는데.. 그래도 먹는 건 엄청 잘 먹더라고... 엽서에 씌여진 행사 순서대로 몇십년 만에 윷놀이를 하고 처음엔 시큰둥하던 무게들이 끝판에는 방이 떠나가라 응원들을 하느라 아마 옆집 시끄러웠을 것이다. 메뉴판에서 한 개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나의 지론에 따라 먹을 것 다 먹고 행사도 다 치르려고 다음은 볼링장이다. 이것도 몇 십년 만에 어설프게 공들을 잡고 시작했는데 한규는 엽서의 공지에 따라 자기 공이랑 부인 공까지 챙겨왔다. 열이 올라서 휘두르다가 아쉽게 끝내고 나가다 내가 코스에 없는 제안을 한다. \"보너스로다가 노래방 어떠냐?\" 이 순간 일행이 전부 볼링장 옆에 있는 노래방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심전심에다 이미 열이 오른 상태라 식힐 시간이 필요했겄다.. 사랑으로, 마이 웨이, 렛잇비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 불러제끼는데 수현이 넘이 마누라 없으니 살 판 났는지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는다. 상기는 이빨 때문에 술을 못 먹고는 흥이 안 나는 모양이다. 선원이 부인이 술과 담배를 엄금한 이유도 있긴 하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결국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서로 아쉬운 작별을 하고 헤어졌지. 집에 도착하니 산속 마을의 밤공기가 너무도 시원하다. 마을을 덮은 참나무 장작 타는 향과 함께... 어느 시인의 싯귀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넌 누굴 위해 온 몸을 불사른 적 있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