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裸木

                      裸木

                                                    박 재 형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나목이 서있다.
   지난해 낙엽에 묻힌 이야기들이
   가지끝 솟대에 겨울하늘이 닿았다.

   가지를 벌린 나목
   소복이 눈이 쌓였다.
   풍성했던 그날의 녹음처럼 친근하고
   잠시 다른 세상의 상상으로 평안해진다.

   바람은 지난 환상은 잊으라 한다.
   요란했던 시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기억은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은 채
   거침없이 벗어던진 나목이 되었다.

   섣달 그믐밤 별을보며
   발가벗은 나목은
   이제 기억의 흔적조차
   떠나가고 있음을 슬퍼한다.

   아침 햇살을 받은 나목에 딱새가 앉았다.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내일의 환상을 꿈꾼 듯
   후두둑 가지에서 눈발이 떨어진다.

   그리고 하늘이 맑아지고
   웃음짓는 그 순간이었다.
   나목이 있는 자리는
   잔잔히 빛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