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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落下, 2009

(詩) 落下, 2009

                       시인 신 성 수(71회)

 

1.

해가 떨어진다. 찬란한 낙하, 나는 ‘쿵’ 소리 정도는 기대했었다. 녀석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땅은 꽤 아프겠지. 사방 나무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두리번거리겠지. 새들도 불쑥불쑥 하늘로 치닫고 차량들의 클랙슨 소리도 대단할 거야. ‘호외’로 부산할 거야.

오, 떨어진다. 슈우욱 소리 들린다. 몸을 웅크리자. 귀를 틀어막고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잠시 귀 기울이자. 충격에 날아가 버리겠지만 그래도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발가락마다 힘을 실어보자. 어디일까. 잠시, 고개를 돌리는데 맥없다. 녀석은 그냥 떨어진다. 땅은 고요한 침묵, 손을 내리고 일어서서 녀석을 찾는다. 없다. 버얼건 흔적만 서쪽 어디쯤 남은 것 같다. 땅은 어디에 녀석을 감추었을까. 에이, 싱거운 일몰, 돌아선다. 힘을 주고 꽈악 누른 자리에 발자국이 웃는다. 따라온다. 알 수 없음.

 

2.

그래서 작은 아이는 ‘시는 재미없어.’ 했는지도 모른다. 열다섯 해 만에 세상에 만사나 하고나를 드러내 놓고 낚시다. 기다림이다. 하다가 혼자 신명에 부산하다가 지나간 봄은 목련도 다 잃었고, 설익은 매실이 툭툭 떨어져 아프게 누웠어도 외면이었다. 까마귀 소리는 가끔 들었다. 뻐꾸기 소리도 있었다. 나만 없었다. 낮추지 못하고 고개 쳐들었음의 댓가다. 싸아하다. 작은 아이의 문자를 지울 수 없다. ‘아라숑키키키키키일찍오쎄뇽.’ 언젠가 교실에서 본 말이 떠오른다. -신발장- ‘사차원으로 들어가는 문, 조낸 빨리 달려오삼.’

먼데 새 소리가 창에 쿡쿡 박힌다. 국기를 걸 때마다 망치질을 못해서 문 앞에 아무렇게나 꾸욱 눌러둔다. 바람 없음. 현충일 새벽.

 

3.

사실이다. 시인이 시집 한 권 내놓는 게 뭐 대수라고. 나는 절대로 큰아이나 작은 아이의 ‘ㅋㅋㅋ이나 아라숑’은 담지 못할 것이다. 그저 나무나 한 두 그루 담아보고, 새나 몇 마리 세어보고, 어디 강물이나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만 오면 내 이름을 찾고 있으니 세상에나 만사나. 그래서 나는 목욕탕에 가지 않는다. 근사한 변명.

 

4.

시인은 시를 쓸 때, 그런 시를 써야만 하는 필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넋두리나 언어유희 또는 알 수 없는 몽상으로서는 좋은 시가 되지 않는다. 삶과 유리된 시, 체험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 시에서 진실과 감동을 만나기는 어렵다. 시는 연필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바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9 문학창작지원사업 2차 공모 지원심의 결과발표. 2009.05.29)

 

5.

한참 부끄러웠고, 오늘에야 겨우 숨을 고른다. 아직 멀었다. 그래도 부딪고 가기로 생각하였다. 암, 그래야지. 그렇게 가야지. 내일 홍천강에 가려고 차표를 예매했다가 취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