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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사(弔辭)
(시) 어떤 조사(弔辭)

시인 신성수

  

산아, 이제 네게 가기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사람들 편리하자고 시작한 재개발은

네 날숨과 들숨, 휴식과 단잠을 사라지게 했고

살점마저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감을 심어 주고 말았다.

  

살려 달라고, 살아 있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두 손을 내밀었을 때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하는 나는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사계절 넉넉한 추억을 전해 준 결과가

네 턱밑까지 포클레인을 겨눈 것이라니

이 잘못을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내가 그랬다. 사람인 내가 네 심장을 노린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너는 살점을 모두 땅으로 내려 보내고

땅이 얼지 않도록 살펴주고 새봄을 마련해 주었는데

네가 더운 목숨을 잃어가도록 외면해서는 정말 안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아, 변명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산은 기꺼이 알몸으로 겨울을 맞이하는데

잠시만 멈추고 바라보라는 말이다. 

  

거기 절대로 함부로 해서 안 되는

억년 침묵으로 가르치는

산이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