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잎 찬 바람에...
🧑 최영철
📅 2003-10-03
👀 328
가끔 가다 한번씩 오던 선봉이네가 요즘에는 자주 들른다.
지난 주에도 각종 먹을거리를 푸짐하게 싸가지고 와 가을빛 젖은 산속 마을의 정취를 맛보고 갔지.
며칠 전 집사람의 옛 고향 친구도 소풍 겸해서 천진암이며 양평을 돌아본다고 먹을 것을 싸가지고 잔뜩 들뜬 표정으로 찾아왔었다.
어제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와 깊어가는 가을 마당의 스산한 저녁을 맞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야 나야. 상기다. 지금 불타는 조개구이집에 우리집 사람하고 또 갔다 왔다.\"
\"야 이눔아. 혼자 갔다 왔냐?\"
\"어제 수현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선원이가 너네 동네로 간 거 모르더라.\"
\"그 눔 컴맹이라 게시판에 못 들어오니 모를거야. 그 눔 컴맹이니까 여기서 실컷 욕해도 돼. 흐흐\"
\"야 그런데 너 영화판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마라.\"
\"나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것만 감독하는 거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 이 눔아.\"
무슨 뜻으로 그런 얘기하는지 잘 알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너네 동네로 이사 가니까 그 전에라도 분당지회 모이면 꼭 연락해라. 반드시 참석할 거니까.\"
이 가을에 내 곁을 떠난 여러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 멀리 이국 땅으로 떠난 이, 헤어진 이 등등...
\"會者定離\" 란 말이 있지.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게 인생 아닌가?
그 짙은 외로움에 한 줄기 위안이 있다면 그래도 가까운 식구나 지기가 아닐까 한다.
가을이 깊어가니 친구들의 가슴에 슬며시 바람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가 보다.
벌써 찬 바람이 껴입은 잠바 속을 파고 드네.
여름 내내 헐떡이던 진돌이도 추위를 느끼는지 잔뜩 웅크리고 있다.
마당의 바랜 능소화 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이 갈수록\"
\'가을 잎 찬 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 위에 또 다시 황금 물결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들
하늘엔 조각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꽃잎이 떨어지니 젊음도 곧 가겠지
머물 수 없는 시절 우리들의 시절
루루루루 꽃이 지네
루루루루 세월이 가네
루루루루 가을이 가네
루루루루 젊음도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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