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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立春
(시) 어떤 立春/ 신 성 수(71회 시인)

새벽이었다.

立春이라고, 그만 일어나야지
언제까지 겨울을 베고 누워 있을 것이냐고
쿵쿵거리는 센 발자국으로 
현관을 향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산은 봄으로 향하고 있는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이월이 되었다고 

소리는 처음에는 낮은 저음이었다가
금세 급한 고음으로 나를 깨우기 시작하였다.

신년 시 한 편 일구어내지 못했을 때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고 
정말 새해 들어 힘들었다고

그러나 내 변명 앞에서
소리는 준엄한 노여움으로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서 보라고
나무들은 이 겨울 제 목숨을 다하여 땅을 지켜 내었는데
네가 한 것은 무엇이냐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은 날들이 어디 있겠으며
이겨 내지 못할 고통 또한 없지 않으냐 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알몸으로 겨울 산에 서서 
자연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보았느냐는 말이다. 

아프면 더 아파보라고
고통스럽다면 더 고통스러워 보라고

외면하지 말고 더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라고
서둘러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산을 향하라는 것이었다.

거기 계곡에서 
그 작은 몸으로 얼음을 깨고
봄으로 향하는 물고기도 있음을 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