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立春
🧑 신성수
📅 2019-02-07
👀 237
(시) 어떤 立春/ 신 성 수(71회 시인) 새벽이었다. 立春이라고, 그만 일어나야지 언제까지 겨울을 베고 누워 있을 것이냐고 쿵쿵거리는 센 발자국으로 현관을 향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산은 봄으로 향하고 있는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이월이 되었다고 소리는 처음에는 낮은 저음이었다가 금세 급한 고음으로 나를 깨우기 시작하였다. 신년 시 한 편 일구어내지 못했을 때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고 정말 새해 들어 힘들었다고 그러나 내 변명 앞에서 소리는 준엄한 노여움으로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서 보라고 나무들은 이 겨울 제 목숨을 다하여 땅을 지켜 내었는데 네가 한 것은 무엇이냐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은 날들이 어디 있겠으며 이겨 내지 못할 고통 또한 없지 않으냐 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알몸으로 겨울 산에 서서 자연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보았느냐는 말이다. 아프면 더 아파보라고 고통스럽다면 더 고통스러워 보라고 외면하지 말고 더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라고 서둘러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산을 향하라는 것이었다. 거기 계곡에서 그 작은 몸으로 얼음을 깨고 봄으로 향하는 물고기도 있음을 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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