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십이월에 부끄럽다
🧑 신성수
📅 2018-12-12
👀 300
(시) 십이월에 부끄럽다
71회 시인 신성수
다시 오십대로 돌아가지 못 하는가
십이월이 저물면
어떤 모습으로 나이 육십은 시작될까
성찰(省察) 없이 지나온 시간들
어떤 아들로 살아왔을까
어머니,
이젠 틀니를 힘주어 물고 지팡이를 의지하는 일상
손 한 번 잡아 드리지 못했고 잠자리도 봐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어떤 남편으로 살아왔을까
첫눈에 넘어진 상처까지 더하여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든 당신
언제나 내 일만 우선이었던 날들
미안해요. 용서해 줘요.
어떤 아버지로 살아왔을까
아버지 일을 앞세워
살펴주지 못한 날들
너희들 일에 충실한 모습
대견하구나. 정말 고맙구나.
나무는 연륜을 더해 갈수록
겸손과 배려를 더해 가는데
낮추고 섬기지 못한 시간들은 많고
높아지고 앞세우기만 했던 기억은 멀었던 날들
세수를 해도 아무리 씻어내도
부끄러운 얼굴을 가릴 수 없고
기도를 드릴 때마다
제 탓이라고 제 큰 탓이라고
가슴이 아니라 목소리로만 용서를 빌었던 날들
십이월이 가기 전에 더 늦지 전에
정직한 아들이 되어야 하고 남편이 되어야 하고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내는
한 해의 반성과 새해의 다짐이 아니라
진정으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나이 육십을 맞기 위해서
오늘 산에 올라야겠다.
나무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귀 기울이고 무릎을 조아려 들어야겠다.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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