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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호등 아래 네 사람
(시) 신호등 아래 네 사람
                        시인 신 성 수

봄꽃도 잠에서 깨지 않은 일요일 새벽
신호등 아래 할아버지 두 분과 할머니 두 분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살아온 시간만큼 오래 되어 보이는 짐자전거를 붙들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세월의 무게만큼 굽은 허리 같은 작은 유모차에 의지하고 있었다. 문득 나는 그 분들의 손을 잡고 싶었다. 수많은 날 눈물과 땀을 닦으며 마음으로 다스려 왔을 인고의 시간들, 가족들이기에 기꺼이 모으고 낮추었으며 터져 나오는 원망과 한숨도 가렸을 것이다. 손가락질하기 보다는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고 살아온 날들, 가족들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참고 또 다스려온 날들. 그래도 정말 가끔은 가슴을 치면서 긴 세월을 이겨내었을 것이다. 생수 한 병이 얼마나 한다고, 그러나 가족들이기에 기꺼이 새벽 약수터를 향하는 것이리라. 이제 허리와 관절이 상하여 빈 몸으로 길을 건너기도 쉽지 않은 세월, 신호등이 바뀌었다. 서로를 살펴가며 의지하여 길을 건너기 시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금세 세수를 마친 햇살이 넉넉하게 동행하고 있다. 천천히 건너시라고 봄도 함께하고 있었던 어느 날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