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是非
🧑 신성수
📅 2016-10-18
👀 469
(詩) 어떤 是非
詩人 신성수
봐라, 이제 어쩔 것이냐
정말 땅마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지난 여름은 모진 더위로
곡식이며 과실들 채소까지 죄다 타버리게 해 놓고
가엾지도 않으냐 돼지며 닭 오리 할 것 없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왜 죽는지도 모르고 눈을 감을 때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보았느냐 말이다.
그만해야지 어쩌자고 땅마저 흔들어
그렇지 않아도 야윈 사람들 어쩌란 말이냐
남은 가을 다가올 겨울 불안해서 살겠느냐 말이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그게 내 탓이냐 내가 그런 것이냐 말이다.
너희들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 말이다.
단 한번이라도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바다까지 소중히 여겨 보았느냐 말이다.
나무들 함부로 베어낼 때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해 보았느냐
너희들 편하자고 제멋대로 길을 낼 때
땅에게 먹인 시멘트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았느냐 말이다.
강이며 바다가 무엇을 잘못하였다고 흘려보낼 수 없는 쓰레기 함부로 보냈느냐 말이다.
시원하게 변명 한 번 해 보란 말이다. 어디 들어보자는 말이다.
왜 말을 못하느냐. 뭐라 해 보란 말이다.
그날, 나는 그 시비 중간에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 바라보기만 했어야 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그랬던 어느 가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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