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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의홍선생님을 우러르며
(詩) 시인 정의홍 선생님을 우러르며

                        71회 시인 신성수

1.

내 나이 열일곱
문학으로 첫발을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

아아,
선생님 가슴 살점 도려내 가며
흰 머리 만들어 드린 것이
몇 번이었을까.

한 줌 시구(詩句)만 남기고
홀연히 하늘 가신 봄날
선생님 영전을 
혼자서만 계시게 해 드리고

죄 많은 제자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였다.

참말 다시는 들을 수 없을까
넉넉하시던 문학의 가르침

애통한 밤 겨우 힘을 내어
빈 술잔 올려놓고
그만 울고 말았다.

선생님, 
아아, 그리운 선생님.

- 일 천 구백 구십 육년 
봄 오월 열아흐레

애곡(哀哭).

2.

벌써 스무 해가 지났는가.

하세(下世)하던 그 봄날도
스무 해 추모일에도

또 늦은 연락을 받고 
뵈러 가지도 못하였다.

너무하셨습니다. 선생님
왜 저는 못 오게 하신 것입니까.

‘하루만 허락받은 시인’

왜 그렇게 이름 하시어
마지막 시집이 되게 하고 

한국 문학의
큰 울림으로 남지 못하시고
허망하게 가셨습니까.

친구 인편에 받아 든 
고귀한 책을 받아 읽다가

혹시라도 울음이 새어 나갈까 봐
빗소리 더하면 울고
잦아들면 숨을 참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젠
영원의 세계에서
넉넉한 글밭 일구며
죄 많은 제자 내려다보고 계실
선생님

감히 무릎 조아려
선생님 영전에 다짐합니다.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운 시인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이름은 나지 않더라도 허명(虛名)은 남기지 않겠다고

가슴을 치고 또 치며
다짐하는 어느 초 여름밤.

- 2016 시세계 여름호 나의 문학관 ‘목련 낮은 곳으로 오다.’ 지면에 용서의 글을 바치던 날이 선생님 하세 스무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