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
🧑 강영진
📅 2003-08-23
👀 348
치과이야기
<金 봉과 銀 봉 (아말감) >
이 이야기의 시작은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젠 이미 나에겐 오래된 농담으로 남아 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덕담(德談)이 되었다
어떤 젊은 부인이 치아에 문제가 생겨 치과를 방문 했다. 자신을 Mrs. 김 이라고 소개한 그 분은 고급 의상에 곱게 화장을 하고 너무 요란하지 않을 정도로 품위를 갖추고 교양이 있어 보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분 같지는 않았고 당당해 보이는 언행(言行)이 비교적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자신감이 있는 인상이었다. 알고보니 한국서 유수한 대학을 나오고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총각에게 한국서 갓 시집온 새댁 이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치아는 금으로 잘 치료되어 있었는데 방사선 촬영을 해보니 속 안이 상하고 있었다. 하나 인줄 알았던 충치는 두개나 더 있었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불편했던 것이다. 금을 열고 충치부위를 제거하고 난 후 항상 의례적으로 환자에게 묻듯이 \"금 봉 으로 할까요 은 봉(아말감)으로 할까요?\" 하고 물었다. 그 환자의 대답이 \"미국에서도 은 봉을 쓰나요?\" 나는 잠깐 당황했다. 은(銀) 봉, 곧 아말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흔한 재료이며 오랫동안 써왔고 아직도 많이 쓰는 재료이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는 금으로 치료하자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어감(語感)이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Mrs. Kim 의 질문이 싫지는 않았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무시하고 그렇게 쉽게 금으로 봉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환자는 좋은 재료로 치료받아 좋고 의사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 말이다. 잠시후, Mrs. Kim 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왜냐면, 남편이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었는데 학교 치과보험으로는 금(金)봉이 커버가 않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Mrs 김은 . 미국치과보험도 이런 줄 몰랐다느니 알았다느니 하며 너무나 실망을 했다.
\"그럼 금(金)봉은 얼마가 드나요?\" 비용을 물어본 후, \"왜 이렇게 비싸지요?\"하고 놀란질문으로 대신했던 Mrs 김은 어쩔 줄 몰랐다. 한국보다 비싼 치료비를 원망하기보다는 같은 한국사람인 의사선생님을 원망하는 듯한 어조에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학생인 남편에게 의논도 못해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Mrs.김은 보험에서 허락하는 은봉, 아말감 으로 치료 받게 되었다. 엄마에게 붙들려가다시피 갔던 치과에서 은봉 이니 금봉 이니 따짐없이 좋은 것만 누렸던 시절, 그리고 합리성보다는 무조건 절대적으로 최고만을 해주셨던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 뒤늦게 알게된 고마움, 그리고 씁쓸한 현실. 더 그리워진 친정. 나중에 남편에게 들은 얘긴데 그날 저녁 밥을 먹다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후 몇 년이 지났다. 사위의 박사학위 수여식 참석차 한국서 방문한 Mrs. 김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런 치통 때문에 Mrs.김이 모시고 온 적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 까지 참겠다며 우기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 것이었다. 어머니는 치료시기를 이미 놓치셔서 발치를 해야만 하셨다. 속이 상한 Mrs. 김은 \"엄마는 왜 이 치료도 안하고 살았어?\" 엄마에게 화를 냈다. 금 봉 하나도 없이 오래된 은 봉과 흔들리는 부실한 치아들, 이유인즉, 막내 동생 입시 준비 치닥거리에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한번도 자식들에게 당신의 불편을 보여준 적이 없는 어머니는 딸 없이 아무 곳도 못 가는 미국에 와서야 본인의 치아를 딸에게 공개하신 것이다. 그날 아마 Mrs. 김은 또 저녁밥을 먹다 울었을 것이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 Mrs. 김 은 애 셋의 엄마가 되었고 이제 자신의 금봉 은봉 에는 관심도 없다. 자식밖엔 모르는 엄마가 되어 애들 운전사 노릇하다보면 하루 해가진다.
남편인 전자공학을 전공한 Dr.김은 공학박사로 큰 통신회사에 고급 연구원으로 있고 나만 보면 자기아내 금(金)봉 해줘야 한다고 농담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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