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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62회 게시판에서)

-추억의 글-60회 선배님들중 기억 나시나요! 
뉴욕지부 동문회장 김재옥님의 "난 이렇게 산다우" 연제 씨리즈중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로 기억된다.
짧은 점심 시간이나마 따스한 봄 햇볕을 쬐어 보자고 원예실 옆으로 향하는 나에게
계단에 비스듬히 누운듯이 앉아있던 세명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나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3학년- 하늘같은 선배들이었다. 2학년 선배정도면 그래도 눈이라도 맞추면서 서있겠는데
3학년은 웬지 무지하게 높이 서있어 보이고 내 팔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를 하라신다.
“ 선서 ! 선배는 하느님과 동격이며 예수님보다 한 끗이 높은 분이며 기차바퀴가 박달로
만들어졌음을 알려주는 분이시다. “ 피식하고 웃었더니 선배의 주먹이 바로 내 배를
질러버린다. “ 어쭈? 웃음이 나와? 다시 선서 시작한다. “
한대 맞은 탓인지 바로 선서가 시작되었다.
선배가 하나님과 동격이던 아니던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지만 도대체 기차바퀴가 박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너무 황당스러워 피시식하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배님 말씀이 기차바퀴는 박달나무다 하면 아무런 토를 달지말고 그렇게 믿고 따르라는
이야기였는데 피식하고 웃던 내가 학교생활 1년이 지난 후에 3 학년 몰래 따스한 봄 햇볕
아래에서 신입생을 붙잡고 그렇게 선서를 시키며 기차바퀴는 박달나무로 만들었다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그놈의 박달나무로 기차바퀴를 만든 수많은 한국남편의 한사람으로 마누라를 단단히
정신무장 시켜서 이런 대접, 저런 대접 모두 받으며 지난 30여년의 결혼생활을 편히 보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기차바퀴가 박달나무로 만들었다는 남편의 말에 한마디 토도
달지않고 그대로 믿고 따라준 마누라때문에 나역시 기차바퀴가 박달나무인지로 착각할 정도였다.

요즘들어 마누라와 말을 하다보면 이놈의 여편네가 도대체 지는 법이 없다.
아니, 내가 전혀 이길 수가 없어졌다.
언제 그렇게 배웠는지 아는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
이제는 나에게 마누라가 기차바퀴는 박달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면 그런줄 알고 있으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 만나서 갑론을박 ( 甲論乙駁 ) 이야기하다가 속시원하게 확실치 않으면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 야 야, 우리 마누라가 기차바퀴는 박달나무로 만들었대. “ 라고
외친다.
이소리에 토를 다는 녀석들이 없는 걸 보면 모두들 세상 편하게 살려는 좋은 남편들임이 확실하다.

난, 이렇게 산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