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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에서 피에로를 만나다.

() 전철 안에서 피에로를 만나다

시인 신성수

 

그 젊은이는 왜 피에로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려고 했을까.

서울 나들이에서 돌아오던 전철 안

곁에 젊은 사내 한 사람이 검정색 큰 신발이 달린 피에로 기구를 들고 앉아 있었다.

한 갈래로 묶은 긴 머리, 동그란 금속 안경테 사이로 나이에 비해 고단한 일상이 가득 배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그 큰 신발이 자연스럽게 몸에 어울리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이 있었을까.

보조 기구가 균형을 잡아 준다지만 휘청거리는 상체를 바로잡기까지 고단한 일상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 젊은이의 얼굴을 곁눈질하면서 몇 번이나 분장을 지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삶이란 온 몸으로 이겨내는 거룩한 노동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결코 외면할 수도 없고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시선을 못 느낀 채 잠든 젊은 사내 곁에 큰 신발이 보조 기구에 매달린 채 전철과 같이 말없이 흔들리고 있던 가을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앞좌석에 앉은 또 한 사람의 사내를 보았다.

 

미래의 주인공 자리에 앉은 사내

그 뒤에 걸린 광고 문구

당신의 가치를 믿습니다.’

 

전철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