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눈물로 피는 봄꽃들이 되어 주십시오.
시인 신성수(71회)
2월 25일 새벽입니다.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인가요. 세상 모두가 단잠을 자라고 시계도 제 스스로 숨을 고르면서 흐릅니다.
오늘은 전 세계 교회가 특별한 한 날을 보내게 되는 날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사순절, 천주교에서는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4월 12일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금식한 40일간의 거룩한 시간을 우러르게 되는 사순절, 사순시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나만 앞세우고 살지 않았는지 가족과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낮춤과 나눔의 빛이셨던 예수님을 우러르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탈무드에 이런 글이 있다고 합니다.
‘천국의 한쪽 구석에는 기도는 못 하였지만, 울 수는 있었던 사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울 수 없는 인간은 즐길 수가 없다. 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기뻐할 때에도 정말 기뻐할 수가 없다. 울고 난 후에는 기분이 맑아진다. 신은 마치 마른 영혼에 비를 내리듯이 인간에게 눈물을 내리셨다. 울고 난 후에는 학수고대했던 비가 밭에 뿌린 것처럼 땅이 젖는다. 그리고 새움이 트고 푸르름이 우거지게 된다. 사회가 기계화되어 가장 위험한 것은 눈물이 무익한 것, 부끄러운 것으로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은 울 때에는 울어야만 한다. 남을 위해서, 또 자신을 위해서도 마음을 닦고 다시 늘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새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은 기다림입니다. 추운 겨울 새싹들은 그 모질게 차가운 땅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인내하였습니다. 우리 사람들에게도 같습니다. 겨우내 움츠리는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였거나 다가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먼저 봄소식을 전해 주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힘듭니다. 사회 전체가 어렵다 보니 가정에서도 웃음이 사라졌고, 사랑이라는 고귀한 낱말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이 2월은 아쉬운 졸업과 새로운 새 학년을 준비하는 설렘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등록금과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힘든 1년을 마치고 있습니다. 중식 지원을 받는 가정도 아직 많습니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그 가정에 우선적으로 전해 주어야 할 것은 경제적인 도움이기도 하겠지만 사랑이라고 표현해 봅니다. 얼마 전 교회 내의 큰 별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면서 ‘서로 사랑하라.’라는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
잠시 눈을 감아보십시오. 천천히 천천히 눈을 감고 잊지 말아야 했는데 잊었던 사람들, 다가가고 용서해야 했는데 나만 앞세웠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왜 그랬을까 틀림없이 후회하고 아파할 것을 그때 왜 그랬을까 내가 더 힘든 것이 아니고 내 곁의 가족, 이웃이 더 힘들었을 텐데 무엇이 나를 그렇게 메마르고 야위게 했을까 생각해 보십시오.
한 사람씩 소중한 이름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면 그 한 사람들을 위하여 마음의 촛불을 밝히기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눈물로 불을 켜십시오. 억지와 거짓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은 곳에 우러나오는 눈물로 촛불을 밝히십시오. 그리고 한 손으로 말고 양 손으로 그 초를 받들고 그 사람에게 전하여 주십시오.
봄을 나누어 주십시오. 아무리 힘들어도 봄은 가까이 와 있다고 알려 주십시오. 그 아픈 가족, 이웃에게, 소중한 내 사랑의 연인에게 기도가 되어 주십시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눈물의 기도가 되어 주십시오.
힘겨운 이 세상을 밝히는 것은 나눔이고 하나 됨입니다. 내가 나만 앞세우고 나만 높일 때 내가 다가가고 안아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치유 받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 나올 수 없고, 언제나 추운 겨울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지금 내가 촛불로 밝힐 소중한 사람들을 내 어머니라고 생각하십시오. 아니 엄마라고 부르십시오. 천천히 천천히 엄마라고 불러 보십시오. 머언 유아시절 엄마 품을 찾고 팔 베게로 잠들었던 그 고운 시절 엄마입니다. 엄마의 수고도 많이 잊었습니다. 내가 자란 것이 나 혼자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나 혼자 힘든 세상을 헤쳐 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힘들고 아파서 울 때 그 곁에는 잔주름의 엄마, 검버섯의 엄마가 계셨습니다. 내가 만들어 드린 잔주름과 검버섯입니다.
눈을 감고 그 엄마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의 인사를 올리십시오. 엄마에게 봄을 전해 드리십시오. 새봄처럼 건강하시라고, 편안하시라고, 그 엄마에게 하듯이 내 가족, 내 이웃, 내 소중한 연인에게 전해 주십시오.
그런 그리움이 되십시오. 그런 다가감이 되어 주십시오. 그런 나눔이 되어 주십시오. 더운 눈물로 눈물로 피는 새봄 봄꽃들이 되어 주십시오. 여린 꽃잎을 지켜 주는 노래가 되어 주십시오.
2009년 2월 25일 새벽 네 시 삼십 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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