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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통영에 비가 내렸다.

() 그날 통영에 비가 내렸다.

시인 신성수

 

처음에는 저무는 겨울 인사라고 생각하였다.

다가오는 봄의 설익은 인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거기 통영에 청마와 초정,

김춘수께서 살아 계심을 몰랐다.

 

백석이 머물렀고 정지용께서 남긴 발자취가 있음을

참말 몰랐다.

 

비는 나를 꾸짖는 준엄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통영을 담으려 왔느나고

발만 들여놓으면 되는 줄 알았느냐고

 

함부로 쏟아 낸 말이 얼마나 되는지

아끼고 또 조심한 낱말들은 얼마나 되는지

 

그것부터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그리고 왔어야 한다고

 

그날 통영에서 나는 우산을 쓸 수가 없었다.

얼굴과 속살이 씻겨 나가는 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히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무릎도 꿇지 못하고

여린 동백이 젖는데도 가려 주지도 못하던

어느 날 밤.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김춘수, 백석, 정지용을 우러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