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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에게

(시) 매실나무에게

시인 신성수

 

매실나무야

춘분도 지나 이젠 봄도 넉넉히 익어가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되어야 네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냐

길을 나서면 개나리도 지천인데

아직 네가 겨울에 머물러 있는 까닭을 알 수 없구나.

힘든 것을 왜 모르겠느냐.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세수와 단장을 마치고

꽃샘추위에도 당당하게 맞서

얼굴을 드러내 보이고

이른 더위 속에서도

열매를 맺어 드러내 보였음에도

아이들의 외면에 얼마나 힘들었으랴.

네 스스로 키워 낸 살점과

여린 잎사귀를 떨어뜨려

모진 겨울을 견뎌낸 아픔이 얼마나 심하였으랴.

그러나 매실나무야

한 번 더 마음 다스리고

네 고운 얼굴을 한껏 드러내 주면 안 되겠느냐.

새들 몇 마리 불러 모으고

아이들 지켜보는 것은

내가 하마. 약속하마.

네 얼굴을 보여 주렴.

이 봄이 네 신명으로 살아나게

한 번 더 부탁하마.

그래야 목련도 봄나들이를 할 것이고

다른 봄꽃들도

사방 천지 어울리지 않겠느냐.

매실나무야

사람들 외면한 잘못 한 번 더 용서를 구하마.

설익은 네 살점

함부로 다치게 하지 않게 하마.

약속하마. 꼭 그렇게 하마.

 

- 학교 교정의 매실나무를 우러르던 어느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