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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年 有感

送年 有感

경민고 교사 시인 신성수(71회)

 

계사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면 언제부터인가 잘 보냈다는 느낌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좀 더 배려하지 못한 것, 함께하지 못한 것, 나누지 못한 것들이 계속해서 떠오릅니다. 나 중심으로만 살아온 시간이 많았고 드러내려고 한 것도 많았습니다.

뉴스는 3년 연속 수출 1조 달러를 기록하여 우리나라의 위상이 선진국에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 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즈음 소외된 이웃들에게 겨울은 너무도 가혹합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면 따뜻한 송년이 될 수 있는데 이 글을 쓰는 필자부터 ‘나’ 중심의 삶에 익숙해져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외적인 발전과 풍요는 이루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넉넉해지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이 철도가 KTX 시대를 맞았고 간이역도 많이 사라졌지만 도시민들은 텅 빈 간이역을 찾아가 추억을 찾고 있고 도로망이 발달했지만 둘레 길과 올레 길을 향해 떠나고 있습니다.

송년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좀 더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 못 느끼는 풍경을 마음에 담고 차가운 바람이 좋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빨리’로 치달아 온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 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남아 있는 책 중에 ‘배려’가 있습니다. 걸어야 멀리 보이고 넉넉하게 보입니다. 풍경을 보아야 자연의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나눌 수 있습니다. 나 중심의 서두르는 삶의 모습으로는 결코 이웃을 배려할 수 없고 외적으로는 넉넉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야윈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일상의 모습이 바뀔 때 나 중심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지역으로,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것은 국격(國格)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개인의 인격이 성장하지 못한 국격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교회력으로는 아기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대림절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달력은 12월을 보내고 있지만 교회력으로는 새해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그 추운 밤 가장 초라한 구유에 나신 것은 낮추라는 가르침이며 섬기라는 귀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합니다. 낮추어야 하고 섬기는 삶의 자세를 국민 모두가 길러야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자동차의 시동을 끄고 골목길부터 걸어 보았으면 합니다. 얼마나 이웃들이 힘을 모아 눈을 치우고 있는지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까운 역으로 가 보십시오. 거기 가정과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이웃들을 바라보십시오. 거기 가면 구세군 종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겨울 산과 들로 가 보십시오. 거기 가야 우리가 함부로 훼손한 자연을 볼 수 있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서 올바른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한 해입니다. 그러나 나 중심으로, 나만의 발전을 위한 날들이었다면 이웃과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삶의 자세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2013년 12월 26일 경기북부시민신문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