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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책


가을 산책    

                                                       천낙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풀섶

노란 들국화 아이들 얼굴로 피었다.

헝클어지고 말라가는

풀향기를 맡으며 때 늦은 해바라기

해를 향해 가을 하늘에 인사하면서

허수아비 벗삼아 하루를 삼키고

익어가는 벼이삭이 황금 물결로 출렁인다.

크게 더 크게 자란 토란잎사귀

높이 더 높이 자란 수수깡

이파리 사이로 원두막이 기울어 보인다.

숭숭 뚫린 둥근 비닐하우스 안에

가지며 배추며 쑥갓이며 무우가 팔뚝만 하니

김장거리로 아낙네가 아저씨를 부른다.

꼬추장 잠자리랑 된장 잠자리랑

어우러 날고 푸드득 뛰는 메뚜기떼

아직은 한 철이 남았는가 싶은데

저멀리 감나무에 감이 노랗게 익었다.

논물 흐르는 도랑 건너다

어린 개구리 밟아 죽인 신발

그 신발로 눈길이 간다.

시린 눈길이 신발로 또 간다.

여치와 귀뚜라미 내 귀에서 부산스레 우니

누가 세월을 노래하는 전령사라 아니 하던가.

호박꽃에 달린 호박이 어른 주먹만 하니

반찬하면 좋겠다고

반찬하면 맛나겠다고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