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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귀뚜라미

            시인 신성수

 

그해 가을 첫 새벽,

운동장에는 여덟 마리의 넉넉한 까마귀들이 싸우고 있었다.

아침 찬거리를 놓고 벌이는 사투. 무서웠다.

서둘러 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해제되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몰랐다.

‘휴우’

숨을 진정시키려는 잠시

사방 귀뚜라미다. 귀뚜라미다.

‘나가세요. 들어오지 마세요.’

덜컹 문이 닫힌다. 바람 서늘한 출입구

들어가려는 나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숨은 것들

머언 고려시대 정지상께선 그렇게 노래하였다.

‘뜰 앞에 낙엽 하나 떨어지니 마루 밑에 벌레들이 슬피 울었다.’라고

귀뚜라미들이 나를 맞이하기 위해

밤새 쌀쌀해진 건물 구석에서 얼마나 힘들게 노래를 준비했을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데

쉽게 잊어버린 것들이 많은 일상

거기 야윈 내가 가을을 시작하고 있다.

 

귀뚤귀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