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밤이었습니다.
🧑 최영철
📅 2006-01-25
👀 495
푸근했던 날씨가 다시 추워져 맹위를 떨치던 어제 저녁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휘문 선후배 간의 귀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총리실의 전영옥(67회)의 주선으로 열린 이 날의 만남은 53회 김관수(오산, 평택시장 등 역임) 선배님, 58회 민승기(인천, 대구, 경남지방경찰청장 등 역임) 선배님, 그리고 67회 광화문 통의 유명한 조니워커 블루 김규한, 이건옥 치과원장(건옥이는 고교, 대학 동창입니다.)과 저, 68회 인병택(주 도미니카 대사 발령)이 함께했습니다.
광화문 나와바리의 마당발 영옥이가 강남까지 진출하는 구정공세 때문에, 나는 강남 나와바리의 대표 격으로 항의 차 참석해 양대 조직 간에 일대 혈전이 벌어질 뻔했지만, 너무나 재미있고 훈훈한 정담과 난무하는 유모어 때문에 집에 온 다음에야 사건의 본질을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인 대사와 건옥이는 논산훈련소 의무대 장교와 장정으로 만난 사이였습니다.
그 옛날 머리 빡빡 깎고 춥던 훈련소 시절, 장교였지만 같이 신참이었던 건옥이가 후배인 인 대사를 위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했던 일이 너무도 감사해서 후에 건옥이한테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
그 편지를 받아보고 감격했다는 건옥이 얘기...
그 사이로 걸찍한 육담이 오고가는데 나도 위생병 출신이라 한몫 거들었지요.
근 25년 후 지난 날의 고마웠던 얘기로 꽃을 피우는 두 동문의 따뜻한 이야기는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경찰계의 요직을 두루 거치신 58회 민승기 선배님은 시종 좌중을 주도하시며 해외를 돌며 근무하시던 경험을 이제 막 먼 나라로 떠나려는 후배 인 대사에게 두루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 뵈었지만 후배로서 느낀 것은 유모어와 재미있는 말씀 중간 중간에서도 한편으로 매서운 강직하심을 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영옥이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몰래 버려진 장애우를 데려다 사랑으로 정성껏 키우시고 거의 정상으로 만드셨다는 얘기였지요.
민 선배님은 영옥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자체도 모르고 계셨습니다.
한번은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서 기사를 내려 하는 걸 극구 막으셨다고 합니다.
장애우를 거부하는 학교 때문에 마음고생 하셨다는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데 속으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100미터 달리기 완주가 꿈이며 기필코 완수하게 하실 거라는 말씀은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숨은 사랑을 직접 실천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오산, 평택 시장 등 여러 공직을 거치신 53회 김관수 선배님은 참으로 털털하시고 위트와 유모어가 풍부하신 분이셨습니다. 젊은 저희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앞서 나가시는데 말씀하실 때마다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좌중을 웃기시면서 저희들 눈높이에 맞추시니 전혀 대선배님이라는 거리를 느낄 수 없었지요.
지금도 농장을 하시며 67회 산악회와 해외원정 산행까지 하시는데 손의 힘이 엄청나게 세셨습니다.
인 대사가 도미니카에도 3천 미터 넘는 산이 있으니 오시라고 했더니 그런 산은 아침에 잠깐 올라갔다 오면 된다시며 더 높은 산은 없냐 하시는데, 충분한 체력을 가지고 계시다고 규한이가 옆에서 전했지요.
2차로 호프집에 들어가서 입가심을 한 후, 규한이와 내가 먼저 나와 일행을 기다리는데 규한이가 말했습니다.
김관수 선배님은 영옥이 승진시키려고 중요한 때마다 큰 도움을 주시고 이제까지 끌어주신 은인이시라 영옥이가 언제나 모시고 대접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만든 자리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규한이는 마지막까지 친구들을 챙기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의 세태에서 보기 드문 선후배, 동기 간의 숨은 따뜻한 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지요.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봄을 시샘하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은 내내 훈훈했습니다.
- [1749] 이남진 시인 정지용 선배님 관련 뉴스 - 정지용사이버문학관 새단장 2006-02-02
- [1748] 최영철 \"희망에 대하여...\" 2006-02-02
- [1747] 휘산회 휘산회 13회 시산제 안내 - 북한산 2006-02-02
- [1744] 이율영 [유머] 웃다가 죽었다 2006-02-01
- [1745] 이율영 關東八景 秀逸景 \"淸澗亭\"을 가다 2006-02-01
- [1743] 장용이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에... 2006-01-27
- [1742] 조재현 안녕하십니까? 2006-01-26
- [1741] 최영철 훈훈한 밤이었습니다. 2006-01-25
- [1740] 조강익 개업인사 75회 조강익 GWS 우인영상연구소 2006-01-23
- [1739] 최영호 휘문교우회 동부지회 신년산행에서 2006-01-22
